정부 비판 거세지자 트위터 접속 차단하기도
‘내전’ 시리아 상황은 더 참혹한데
아랍국가 지원 의사 잇따르자 관계 개선 모색 혈안
9일(현지시간)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전날 저녁까지 튀르키예 사망자 수가 1만2391명으로 늘어났다. 시리아 당국과 반군 측 구조대 ‘하얀 헬멧’이 추산한 시리아 희생자 수는 최소 2992명이다. 이를 합치면 두 나라의 사망자 수는 1만5000명이 넘는다.
두 나라의 인명피해는 사망자 수가 업데이트가 될 때마다 수천 명 단위로 늘어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번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2만 명이 넘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튀르키예와 시리아 두 국가 정상의 대응이 나라 안팎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지진이 발생한 지 사흘째인 8일에서야 피해 지역을 방문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정부 대응이 미흡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겨울 혹한’ 탓을 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대규모 재난에 대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우리는 그 어떤 시민도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불량한 사람들이 정부를 향해 허위 비방을 퍼뜨리고 있다”면서 “지금은 단결과 연대가 필요한 시기이며, 이럴 때 순전히 정치적 이익을 따져 네거티브 공세를 펴는 이들을 견딜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지진 피해자들과 생존자들이 소셜미디어에 지진피해 현황을 알리며 당국의 미흡한 대응을 비판하는 글들을 올리는 것을 지목한 것으로 풀이된다.
튀르키예 당국은 지진 발생 후 대응 비판 메시지가 터져 나오자 트위터 접속을 차단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피해자들이 지진피해 현황을 알리는 수단으로 써왔는데, 이를 차단하면서 피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튀르키예 피해 지역에서는 당국의 늑장 대응이 인명피해를 더 키우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한 지진 피해 생존자는 AP통신에 “텐트도 없고 난로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면서 “우리는 굶주림이나 지진으로 죽는 것이 아니라 추위에 얼어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
10년 넘게 내전을 겪어온 시리아의 상황은 튀르키예보다 더 참혹한 상황이지만,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지진 피해자 구출 등 인명피해 최소화보다는 ‘잿밥’에 더 관심이 있는 모양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아랍에미리트(UAE)와 오만, 이집트 등 아랍국가들이 시리아 측에 애도와 함께 지진 피해 지원 의사를 밝힌 가운데 이를 계기로 시리아가 아랍국가와의 관계를 복구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고 전했다.
시리아는 2011년 민주화 운동인 ‘아랍의 봄’을 계기로 내전에 빠졌고, 아사드 정권이 반군을 무력으로 탄압하자 아랍연맹은 같은 해 11월 회원국 자격을 정지시켰다.
다만, 시리아를 두고 아랍 국가들의 셈법은 복잡하다. UAE와 이집트는 시리아 안정을 통해 중동의 안보적 위협을 제거하고 난민 문제를 해결하기를 원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는 친(親)이란인 아사드 정권 퇴진을 주장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