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조가 노조다워야 국민이 지지한다

입력 2023-02-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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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그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산하 금속노조와 사무금융노조, 공무원노조의 집단탈퇴 금지 규약에 대한 시정명령을 추진키로 했다. 지부·지회의 조직형태 변경을 방해하는 것은 노조 설립의 자유와 조직형태의 변경에 관한 노동조합법 제5조 1항과 제16조 1항 8호를 위반한 것으로 위법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가 노조 규약을 정조준해 행정조치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국은 다음주 중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의결을 요청할 계획이다.

근로자가 노조에 가입할 자유를 누릴 수 있다면 탈퇴할 자유 또한 누려야 마땅하다. 개별 노조가 상급 단체에 가입하고 탈퇴할 자유 또한 마찬가지다. 노조법에 “근로자는 자유로이 노조를 조직하거나 가입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지 않은가. 오판이나 혼선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도 민노총 산하 상급 노조들이 두 자유 중 유독 탈퇴할 권리를 강제로 빼앗고 있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다.

상식 밖의 규약이 개별 노조와 노조원을 옥죈다는 사실이 세간에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지난해 10월 포스코지회가 금속노조 탈퇴를 시도하면서부터다. 당시 금속노조는 포스코지회 임원들을 제명 처분했다. 탈퇴 시도를 가로막은 것이다. 앞서 2020년 7월 한국은행 노조가 사무금융노조를, 2021년 8월 원주시청 노조가 전공노를, 2022년 4월 금융감독원 노조가 사무금융노조를 탈퇴하는 절차를 밟았는데도 현재까지 소송이 진행 중이다. 당국 책임이 없지 않다. 노동운동 현장에서 법과 상식이 통하지 않고 있는데도 대체 무엇을 보고 있었던 것인가.

당연히, 더 큰 책임은 민노총에 돌아간다. 민노총은 세상이 다 아는 기득권 집단이다.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는 처신이 필요한데도 세력 유지와 강화에 연연하다 스스로 역풍을 부른 감이 짙다.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우선, 관련 규약들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잘못된 부분들을 바로잡아야 한다. 7000개가 넘는 조합들이 어떤 규약을 정하고 있는지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한다. 가장 큰 밑천으로 도덕성을 제시해야 할 노동운동이 이렇게 돌아가서야 되겠는가.

정치이념·강경투쟁 일변도의 행태도 재고해야 한다. 민노총은 벌써부터 7월 총파업·총궐기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양경수 민노총 위원장은 그제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모든 투쟁을 반윤석열 투쟁으로 정조준하고 싸우는 해”라고 했다. 올해 내내 정치 투쟁을 벌이겠다는 것인가. 이러면서 국민 지지와 이해를 구할 수는 없는 일이다. 어찌해야 노조가 노조다울 수 있는지 자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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