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근 교섭단체 연설서 "숙의 보장하되 다수 의견 수용해야"
여야 대립 팽팽한 '간호법' 강행에 '의료계 갈라치기' 우려
더불어민주당이 2월 본회의에서 쟁점 법안들을 연속 직회부할 기세다. 간호법 제정안 등 7개 법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건너뛰고 본회의로 직회부한 데 이어 계류 중인 법안들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이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내홍이 깊어지자 민주당은 ‘일하는 국회’를 명분으로 쟁점 법안들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13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안건조정 등, 이견 해소를 위한 시스템을 전면 정비해야 한다”며 “쟁점이 확연한 법안과 정책 현안은 숙의와 공론화의 장을 충분히 보장하되, 끝내 입장차이가 좁혀지지 않는다면 민주주의 원칙인 다수 의견을 수용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반 이상의 의석수를 근거로 들며 본회의에 직회부하는 것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한 것이다.
민주당은 ‘본회의 직회부’ 카드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민주당은 9일 전체회의를 열어 간호사 처우 개선과 업무 범위 등을 담은 간호법 제정안 등 7개 법안을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지난해 말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이어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사를 건너뛴 두 번째 사례가 됐다.
여기에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노란봉투법’ △안전운임제가 담긴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방식 등을 바꾸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 역시 본회의 직회부 대상으로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12일 기자간담회에서 “방송법 개정안도 법사위에 회부돼 60일이 지났는데, 법사위가 주머니 속에 넣고만 있다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적절한 논의를 통해 직회부가 불가피할 수도 있다”면서 “다른 상임위도 여당의 발목 잡기 때문에 민생과 개혁의 과제가 멈추지 않도록 하겠다는 일관된 방침에 따라 상임위별로 주요 입법을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4일 본회의에선 지난달 30일 직회부 부의가 가결된 양곡관리법을 강행할 가능성이 크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양곡관리법’도 2월 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내놓은 표준운임제와 지입제도 개선 등으로는 화물노동자의 생존과 국민의 안전은 물론, 유관 산업의 상생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야당안을 골자로 한 안전운임제 처리도 예고했다.
특히 간호법 개정안을 둘러싼 정치권 안팎의 시선이 싸늘하다. 민주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간호법을 통과시켜 보건의료노조와 간호사단체를 우군으로 챙기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이른바 ‘의료계 갈라치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대한의사협회를 주축으로 한 ‘간호법 저지 13개 단체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이날 국회 앞에서 ‘간호법 강행처리 규탄 총력투쟁 선포식’을 열고 총파업 검토를 포함한 투쟁 의지를 드러냈다.
여당 반발도 거세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제주 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에서 연 현장 비대위 회의에서 “민주당이 법사위를 패싱하고 본회의에 넘긴 7건의 법안들은 모두 다 결함투성이”라면서 “간호법은 타법과의 올바른 관계가 정립되지 않았음은 물론 직종 간 유기적 관계를 저해시킬 우려가 커서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법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위원장은 “지금 민주당은 대한민국의 대혼돈을 노리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우리 사회 전체를 대혼돈 속으로 몰아넣고 그 혼돈 속에서 이재명의 살길을 찾겠다는 게 민주당 노림수 아닌가”라며 “민주당의 삼권분립 훼손, 입법 독재에 저항하기 위해 우리는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요청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