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前공정거래조사부장’ 김민형 세종 변호사 “기업, 리니언시 잘 활용해야”

입력 2023-02-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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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장 출신 김민형(사법연수원 31기)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제공)

최근 검찰 공정거래조사부가 기업 수사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법인에만 그치던 수사 범위를 총수까지 넓히고 압수수색과 사건 관계자 조사에 속도를 내며 강도 높은 기업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에 대형 로펌들도 ‘공정거래대응TF’ 등을 만들며 대응에 분주해진 모습이다. 법무법인 세종은 이달 초 김민형(사법연수원 31기) 변호사(전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장)을 영입해 공정거래분야 역량 강화에 나섰다.

본지는 13일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법무법인 세종에서 김 변호사를 만나 공정거래 관련 동향과 기업들의 대응 전략에 대한 조언을 들어봤다.

△법무법인 세종을 선택한 이유는

“세종은 최근 공정거래 분야에 전문가들을 영입하는 등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제가 검찰에서 수사와 공판을 담당하며 쌓은 경험과 세종의 공정거래팀 맨파워 사이에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

△검찰에서 처리한 사건 중 유의미한 사례를 소개한다면

“네이버의 지정자료 허위제출 사건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검찰 공정거래조사부는 공정위의 고발을 받아 2020년 네이버 이사회 이해진 의장(현 글로벌총괄투자)이 보유 회사 관련 내용을 허위로 신고했다는 사건을 수사했지만 ‘혐의없음’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이 의장 개인이 공정거래법상 필요로 하는 동일인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고의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이 사건을 계기로 공정위에서도 지정자료 허위제출 사건에 대한 고발 기준을 세분화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자료수집 범위와 한계, 동일인의 고의 인정 여부에 대한 판단 기준 등 연구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부당지원’ 혐의를 받는 박삼구 전 금호그룹 회장 사건도 유명한데

“1심 법원에서 검찰 구형 그대로 고령의 기업 총수에게 징역 10년의 실형을 선고해 더욱 기억에 남는 사건이다. 당초 공정위는 2020년 박삼구 회장을 부당지원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지만 검찰은 적극적인 압수수색과 공시자료를 분석해 부당지원에 이르게 된 동기와 경위를 파악했고, 그 과정에서 거액의 횡령과 배임행위도 적발할 수 있었다. 수많은 기업내부 자료와 회계법인의 가치평가 보고서, 다국적기업과 체결한 영문계약서, 양해서와 중재판정문 등에 대한 광범위한 검토가 필요했다. 기업 사건에서 등장할 수 있는 거의 대부분의 범죄유형, 업무상 횡령, 업무상 배임, 우회 대출 등이 총망라된 사안이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장 출신 김민형(사법연수원 31기)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제공)

△최근 검찰이 담합 사건과 관련해 수사 대상을 확대하는 모습인데

“최근 검찰 수사를 보면 공정위에서 고발한 법인 이외에 담합 행위에 적극 가담한 임직원에 대해 고발요청권을 행사하며 적극적으로 엄벌하는 추세가 뚜렷하다. 법인만 처벌해서는 담합행위가 근절되지 않는다는 인식으로 보이는데, 올해에도 이러한 추세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담합 사건과 관련해 기업들이 눈여겨봐야 할 점이 있다면

“기업은 형사 단계의 ‘리니언시’(자진 신고)를 잘 이해하고 활용할 필요가 있다. 공정위 단계의 리니언시와는 달리 법인 이외에 개인도 신청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고 공정위 리니언시에서 얻을 수 없는 효과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형사 리니언시를 신청할 때 수사팀에 잘 설명하고 형벌감면을 이끌어내는 등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검찰의 담합 사건 수사가 횡령‧배임과 같은 다른 혐의로 확대될 우려가 있을까

“담합사건의 경우, 공정위 고발로 검찰에 넘어오면 법인 이외에 개인 고발이 추가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위반 외에 입찰방해 등 다른 죄명이 추가될 수 있지만 횡령‧배임 등 별건 범죄로까지 확대되는 경우는 실제 수사 사례상 찾아보기 어렵다.”

△‘부당지원’ 혐의를 받는 한국타이어 사건과 관련해 검찰은 조현범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도 수사하기 시작했는데

“담합과 달리 부당지원 사건은 검찰이 그 동기나 배경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다른 횡령‧배임도 살펴볼 가능성이 있다. 최근 대기업 부당지원 사건을 수사해보면 현재 기업 내부의 견제 장치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실정이다. 이사회나 감사가 대기업 총수나 그 일가를 지원하기 위한 불법행위를 견제하기 어려운 구조상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기업 내부 의사결정 준수가 중요한 만큼 기업 내 주요 의사결정 시 사전 법적 자문이 필수적이다.”

△네이버 같은 IT기업들의 시장지배적 지위남용 혐의도 유독 두드러지는데

“과거에는 가격과 산출량 등이 경쟁 제한성 판단의 기준이었으나 이제는 혁신 저해 우려와 서비스의 다양성 감소 여부 등을 감안해야 한다. 온라인플랫폼 사업자가 이용자들이 다른 경쟁사 플랫폼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직‧간접적으로 제한하는 행위가 문제가 되는데, 이 경우 보안상 필요가 있는지, 거래비용 절감이나 무임승차 방지 같은 합리적 사유가 존재하는지 등이 주요 판단 근거가 될 수 있다. 새로 도입되는 개념들에 대한 구체적 해석이 필요하고 치열한 실무적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전문적인 법률 조언이 필요하다.”

△기업에 조언한다면

“기업 내부의사 결정단계부터 법 위반 사항이 없도록 사법통제나 리스크 통제가 이뤄져야한다. 횡령이나 배임 우려가 있는 자금대여, 지급보증, 주요자산매각 등에 대해 사전적으로 점검을 받는 것이 법률 비용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훨씬 유리하다.”

△조사 단계에서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최초 공정위 조사 시작단계부터 적극적으로 방어권을 행사할 필요가 있다. 공정위 조사에 따른 자료제출과 진술서 작성 등 초기 단계부터 충분한 법률적 조언을 받아 공정위나 검찰로부터 부당한 오해를 받지도 않도록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 IT 기업이라면 온라인 플랫폼 생태계 구축 등 변화된 환경에 맞춰 소비자 전체의 효율성 증대에 도움이 되는지, 혁신을 저해할 우려는 없는지 등을 잘 살펴 대응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포부를 밝히자면

“사업자의 시장 경쟁 제한에 따른 결과와 소비자 전체의 편익, 효용성 증대라는 양 가치 사이에서 적절한 비교형량이 이뤄지도록 법률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안내해 공정거래 분야 법률가로서의 시대적 소명을 다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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