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탄 30%, 전기료 25~30% 원가 비중…타 업체들도 별반 다르지 않아
김두만 쌍용C&E CFO “가격 인상하지 않고선 경영 유지할 수 없다”
시멘트업계 1위 쌍용C&E가 지난해 원자잿값 상승으로 시멘트 가격을 두 차례 인상했음에도 실적 하락을 막지 못했다. 단가인상 영향으로 매출액은 늘어난 반면 유연탄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치솟으면서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1.2% 감소했다. 김두만 쌍용C&E CFO(부사장)는 올해 건설 경기 악화와 전기료 인상이 본격화된다면 “시멘트 가격을 인상해야만 한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 10일 쌍용C&E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1조9650억4262만 원으로 18.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이 2208억7134만 원으로 전년 대비 11.2%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1377억6003만 원으로 25.9%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실적 하락 배경에는 유연탄과 전력비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이 있다.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호주산 유연탄 가격은 지난해 1월 톤(t)당 260달러대에서 지난달 460달러까지 올랐다. 전력 비용도 지난해 3차례 인상돼 킬로와트시(kWh)당 19.3원으로 누적 인상률이 30%에 이르렀다. 유연탄은 시멘트 생산원가의 30%, 전기료는 25~30%를 차지하고 있다.
쌍용C&E는 원가 상승에 대해 적기에 시멘트 가격을 반영하지 못해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했다. 쌍용C&E는 수익성 악화를 막고자 2021년 7월 2014년 이후 7년 만에 시멘트 가격을 단행했다. 지난해에는 4월과 11월 두 차례 인상했다. 1t당 7만5000원이었던 시멘트 가격은 10만4800원으로 39.7% 상승했다. 하지만 단가 인상에도 원자잿값과 안전운임제에 따른 물류비 인상, 화물연대 총파업, 금리 인상 등의 ‘겹악재’가 이익을 끌어내렸다.
타 시멘트 업체들도 쌍용C&E와 별반 다르지 않으리라고 업계는 전망했다. 실적이 공개된 아세아시멘트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1조400억4135만 원으로 16.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이 1178억7713만 원으로 전년 대비 8.4%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633억3180만 원으로 36.2%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한일시멘트, 한일현대시멘트, 삼표시멘트, 성신양회, 한라시멘트 등도 비슷한 수준으로 영업이익이 하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전망도 그리 좋지 않다. 당장 건설 경기 부진과 전기료 인상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업계는 올해 시멘트 수요가 전년 대비 3~4%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전기요금은 올해 초부터 kWh당 13.1원 인상됐으며, 2분기에 추가로 오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원가 상승으로 시멘트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고 토로했다.
김두만 쌍용C&E CFO는 신영증권 실적 간담회서 “시멘트의 전반적인 수요는 줄지만, 판매량은 많이 줄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올해도 정부방침에 따라 전기료는 4번에 걸쳐서 50% 인상 계획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CFO는 “정부 방침대로 전기료가 인상이 된다면 가격인상을 할지 모른다는 것이 아니라 가격 인상을 해야만 되는 것으로 예상한다”며 “가격 인상을 하지 않고선 경영을 유지할 수 없기에 이런 방식을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간 향후 시멘트 가격 인상에 대해 공식 입장을 전하지 않았던 쌍용C&E는 실적 간담회서 이 같은 견해를 밝힌 것이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쌍용C&E를 포함해 대다수 업체가 올해 전기료 인상 추이에 따라 가격 인상 폭과 시기 등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것”이라며 “시멘트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