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악화에 영입 쉽지 않아…영업 대신 내부직원 육성
가상자산 업계가 자금 세탁 방지(AML) 인력을 수급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가운데 중소 코인마켓 거래소에 비상등이 켜졌다. 은행 실명 계좌를 확보하려면 AML 시스템 고도화가 필수적인데, 전문 인력 구인난에 시장 악화까지 겹치면서다. 은행과의 실명 계좌 제휴는 현재 중소 코인마켓 거래소의 사활이 걸린 사업 목표다.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거래량을 늘리기 위한 마땅한 수단이 사실상 실명 계좌 확보밖에 없기 때문이다.
계좌 제휴 계약 전 은행은 거래소를 사업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 심사한다. 이중 주된 평가 요소 중 하나가 AML 시스템이다. 이상 거래 탐지 시나리오 등 세부적인 시스템 평가는 물론, 내부 전문 인력 규모도 평가한다.
익명을 요구한 중소 거래소 관계자는 15일 “AML 전문성을 갖춘 인력은 아무래도 시스템이 잘 갖춰진 시중 은행 등 기존 금융권을 선호하는 게 사실”이라면서 “가상자산 업계는 차선책이라 연봉을 높이 부르며 구해야 하는데 그것도 재정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쉽지 않은 상황”이라 토로했다.
최근 가상자산 업계는 크립토 윈터 여파에 수익성도 나빠진 상태다. 연봉 제의뿐만 아니라 교육 투자에도 선뜻 나설 수 없는 현실적인 고민까지 더해진 것이다. 지난해 금융위가 발표한 2022년 상반기 실태조사에 따르면 24개 가상자산 거래업자 중 2곳을 제외하고 모두 영업 적자였다.
이에 가상자산을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보고 계산기를 두드리던 은행들이 최근 신중해지며 중소 거래소는 난항을 겪고 있다. 김덕중 플랫타익스체인지 대표는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민당정 간담회에서 “코인마켓 거래소의 경영상황이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외부에서 전문 인력을 새로 데려오기 어렵다 보니 내부에서 인력을 찾거나 키우는 경우도 많다. AML 부서가 아니더라도 내부 인력 중 ACAMS 자격증을 따도록 유도하거나 주기적인 교육을 통해 내부 인력이 자금 세탁 범죄에 경각심을 갖고 전문성을 갖추도록 교육하는 식이다.
ACAMS 자격증 취득자 역시 5대 거래소에 쏠린 상황이다. ACAMS는 미국 자금세탁방지 전문가협회에서 발행하는 자격증으로 AML 분야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자격증으로 꼽힌다. 더불어민주당 김한규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의 ACAMS 보유자는 △업비트 35명 △빗썸 31명 △코인원 10명 △코빗 13명 △고팍스 11명이다.
지난해 말 기준 FIU에 신고된 가상자산사업자의 ACAMS 자격증 현황에 따르면 국내 코인마켓 사업자의 보유 인원은 평균 3명이다. 구체적으로 △코어닥스 8명 △캐셔레스트 7명 △플라이빗 1명 △플랫타익스체인지 1명 △한빗코 2명으로 순이다. ACAMS 자격증을 취득한 인원이 없는 곳도 4곳이나 됐다.
이에 중소 거래소는 회계법인이나 법무법인의 외부 컨설팅을 통해 AML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다. 캐셔레스트 운영사 뉴링크는 지난해 11월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AML 이행을 위한 독립적 감사 업무 계약을 체결했다. 지닥은 지난해 12월 법무법인 태평양과 독립적 감사 업무 협약을 맺었다. 플랫타익스체인지는 삼정KPMG와 컴플라이언스 전문기업 지티원(GTONE)과 손을 잡았다.
플랫타 익스체인지 관계자는 “올해까지 AML 팀원 모두 관련 전문 자격증을 획득할 수 있도록 회사가 전폭 지원하고 있다”면서 “외부 전문기업과 AML 시스템 고도화 작업을 하고 있어 외부 인력까지 실제 약 40~50명 정도가 함께 운영 중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