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도 실적도 부진한데…3월 주총 앞두고 높아지는 긴장감

입력 2023-02-19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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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입장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기업 내부에서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지난해 가파른 금리 인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경기 악화 등으로 실적과 주가가 모두 고꾸라진 상황이라서다. 주요 기업들은 대대적인 주주 환원 정책을 발표하는 등 ‘주주 달래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그간 하락한 주가를 원상복구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현재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고 있거나 주주행동주의 표적이 된 기업들의 경영진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적극적인 주주환원에도 주가는 제자리걸음=삼성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삼성물산은 16일 회사가 보유한 보통주 2471만8009주(13.2%)와 우선주 15만9835주(9.8%)를 5년 안에 모두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관계사 배당 수익의 60~70%를 현금 배당 방식으로 주주에게 환원하고, 3년간 3~4조 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성장동력 확보에 주력할 방침이다.

SK㈜는 지난해 8월 2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고, 주당 5000원의 연간 배당금을 확정했다. 주주 환원 총액은 4800억 원에 달한다. 작년 4분기 1조7012억 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낸 SK하이닉스도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기존 주주 환원 정책의 변화 가능성은 없다”며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서 과거 대비 높은 수준의 현금 확보를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한 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 현대차와 기아는 기말 배당금을 전년 대비 각각 50%, 16.7% 증가한 주당 6000원과 3500원으로 책정했다. 현대차는 이달 초 3155억 원의 자사주 소각도 마쳤다. 기아도 향후 5년간 총 2조5000억 원의 자사주를 매입하고 절반은 소각하기로 했다.

하지만 주가는 ‘반짝’ 반등했을 뿐 여전히 갈 길이 멀다. 현재 삼성물산 주가는 7년 전과 비슷한 수준이다. SK㈜는 2021년 공언했던 ‘2025년 주가 200만 원’이란 공언이 무색하게도 목표치의 10분의 1도 안 되는 18만 원대에 머물러 있다.

외국 기업들과 비교해도 우리 기업들의 몸값은 터무니없이 낮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매출액은 TSMC나 엔비디아보다 비슷하거나 앞서지만, 시가총액(삼성전자 약 374조 원)은 엔비디아(약 684조 원)나 TSCM(약 607조 원)의 절반에 그친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131만 대의 자동차를 판매한 테슬라의 시가총액(약 857조 원)은 현대차(약 38조 원)의 22배가 넘는다. 같은 기간 현대차의 글로벌 판매량은 무려 394만 대다.

◇중요한 것은 주가보다 꺾이지 않는 지배구조=올해 정기 주총의 화두는 주가뿐만 아니라 지배구조 개선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보인다. 주주들이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주주행동주의는 최근 자본시장의 새바람이 되고 있다.

올해 초 KB금융·신한지주·하나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BNK금융지주·DGB금융지주·JB금융지주 등 7개 금융지주에 주주 환원 확대를 요구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최근 JB금융에 두 차례 주주서한을 보내 주주 환원 정책을 재수립하고, 사외이사에 김기석 후보자를 추가 선임하는 안건을 제시했다.

BYC를 들여다보고 있는 트러스톤자산운용은 부당 거래 정황을 포착했다며 법률 전문가를 감사위원으로 추천하는 주주제안서를 제출했다. 플래시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는 KT&G를 상대로 한국인삼공사 인적분할을 요구한 데 이어 차석용 전 LG생활건강 대표와 황우진 전 푸르덴셜생명보험 대표를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으로 추천했다.

소액주주들도 자체적으로 연대를 꾸려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해 DB하이텍의 물적분할을 저지한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는 14일 △주당 2417원 현금 배당 △감사위원에 한승엽 홍익대학교 교수 추천 △집중투표제 도입 등을 회사 측에 요청했다.

경영권 분쟁이 한창인 기업들도 주총을 앞두고 나날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에스엠 지분 9.05%를 확보하려는 카카오와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의 지분 14.8%를 건네받은 하이브 간의 지분 경쟁은 주총 직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성수 에스엠 대표는 하이브의 행보를 두고 “적대적 M&A(인수합병)”라고 비판하며 주총 이후 사임할 뜻을 밝히기도 했다.

KT의 대표이사 선임도 원점으로 돌아갔다. KT 이사회는 구현모 대표이사를 단독 후보로 선출했지만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과 정치권의 압박에 후보를 다시 선정하기로 했다.

의결권자문사 서스틴베스트는 보고서에서 “올해 정기 주총의 주주제안에서 관찰되는 특징은 총수일가 내분에 따른 경영권 분쟁 성격보다는 소액주주, 펀드 등 일반 주주가 제기하는 주주제안이 점차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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