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피벗 기대한 투자자들 실망
강달러·국채 금리 상승·중국 수요 부진도 금값 압박
18일(현지시간) CNBC방송에 따르면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전날 금 현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0.02% 하락한 온스당 1841.15달러(약 239만 원)에 마감했다. 지난주에만 1.4% 내렸다.
4월물 금 선물은 0.1% 하락한 온스당 1850.20달러로 집계됐다. 금값은 3주 연속 주간 하락을 기록했다.
금값이 떨어진 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피벗(정책 기조 전환)을 기대하고 금을 매수했던 투자자들이 실망한 탓이다. 이들은 미국 인플레이션율이 예상보다 둔화하지 않자 연준이 당분간 긴축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금을 되파는 대신 채권 등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최근 공개된 미국 경제지표들은 모두 시장 예상을 깨뜨렸다. 1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3% 증가한 6970억 달러를 기록했다. 증가 폭은 22개월 만에 가장 컸고 시장 전망치인 1.9%도 크게 웃돌았다.
지난해 12월 내구재 수주는 전월 대비 5.6% 증가해 마찬가지로 전망치(2.4%)를 웃돌았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집계한 서비스업(비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55.2를 기록해 전월의 49.2에서 상승했다. 통상 50을 넘으면 경기 활성 국면으로 판단한다.
높은 인플레이션과 양호한 경제지표에 월가에서도 긴축 전망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에서 연준이 올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씩 세 차례 더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과거 두 차례 인상을 전망했던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최근 세 차례로 상향했다.
강달러와 미 국채 금리 상승도 금값에 부담을 줬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ICE 달러지수는 한 주간 0.24% 상승하며 6주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주초 3.7%대 초반으로 시작해 3.8%대에 마감했다. 강달러는 다른 통화 구매자들의 금 매수 비용을, 국채 금리 상승은 금 매수에 대한 기회비용을 높여 금 투자자들에게 부담을 주기 마련이다.
미국 밖에선 중국의 수요 부진이 금값을 흔들고 있다. 중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는 경제활동 재개에도 4개월 연속 하락했다. 1월 하락 폭(0.8%)은 작년 12월(0.7%)보다 컸다. 중국 수요 부진은 경제둔화 우려로 인해 상품 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