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석학이 본 2023년] 하노 벡 “유럽, 2009년 재정위기 재연 우려...연금개혁 불가피”

입력 2023-02-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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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로 본 경제대전망

(1)세계 경제 석학이 본 2023년

(2)노동개혁으로 본 한국 산업 전망

(3)규제개혁과 2023 한국 부동산

(4)인플레이션으로 본 2023 한국 주식.채권시장

(5)가상자산의 부활 노리는 2023년

우크라 전쟁 장기화 전망
대부분 국가, 공급원 다각화 초점
정부 지나친 부채, 유동성 위기 촉발할 수도

전 세계가 경기침체 공포에 시달리고 있지만, 유럽의 시름은 특히 깊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에너지 위기’ 직격탄을 맞았고, 고물가와 씨름하는 동안 ‘부채위기’ 그림자는 더 짙어졌다. 하노 벡 독일 포르츠하임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19일 본지와 서면 인터뷰에서 에너지 해법의 열쇠를 쥔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 부채 문제에 대해서는 2009년 재정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벡 교수는 올해 인플레이션 전망에 대해 “우크라이나 상황에 달렸다”며 “전쟁 양상이 에너지 가격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불행하게도, 전쟁은 장기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전쟁이 점점 소모전으로 변해가고 있다”면서 “양측 모두 타협의 여지가 없다”고 평가했다. 중국 경제활동 재개도 에너지 수요를 자극할 가능성이 크고, 최근 유럽 전역으로 번진 임금인상 시위를 지적하며 임금이 얼마나 오르는지도 관건이라고 벡 교수는 지적했다.

에너지 확보를 두고 한국 등 주요 에너지 수입국과 유럽이 경쟁할 수 있다는 시각에 대해서는 단기적으로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러나 결국 글로벌 원유와 천연가스 공급 지형이 변하면서 해법이 생겨날 것으로 전망했다. 벡 교수는 “러시아가 인도와 중국으로 수출을 늘린 영향으로 전쟁 이전 이들 국가에 에너지를 공급하던 국가들과 유럽 및 한국의 교역이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의 원전 회귀 움직임은 불가피하다고 봤다. 그는 “청정에너지가 필요하지만 비싸고 비효율적이라 안정적인 공급을 보장할 수 없다”며 “더 안전한 원자력 발전소 건설 기술에 기대를 걸자”고 말했다.

유럽과 러시아의 관계 복원 가능성에 대해 글로벌 상품·자본·서비스 흐름이 결국 재조정될 것이라고 벡 교수는 내다봤다. 그는 “대부분 국가가 하나의 공급원에 많이 의존하지 않는 데 초점을 둘 것”이라며 “향후 수년간 세계화가 평탄치 않을지 모르지만 결국 뉴노멀에 도달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벡 교수가 유럽 경제 측면에서 가장 우려하는 문제는 에너지와 함께 정부 부채였다. 유럽 금리가 오르면서 2009년의 재정위기 그림자가 어른거린다는 것이다. 그는 “금융기관들이 너무 많은 국채를 가지고 있다”며 “이게 유동성 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럽연합(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2022년 3분기 기준,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중은 93%에 달한다.

부채 관점에서 프랑스 연금개혁을 바라봐야 한다는 시각도 제시했다. 벡 교수는 “정부의 부담을 키우는 연금시스템은 결국 부채 증가를 의미한다”며 “유럽 내 정치적 갈등을 부채질하는 현 연금제도는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정년을 62세에서 64세로 연장하는 연금 개혁안을 내놓으면서 프랑스 사회는 벌집을 쑤셔놓은 듯 들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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