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천문학적 비용을 소모해 미사일 도발에 나서고 있습니다. 미국 군사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11월 RFA와 인터뷰에서 “북한이 발사하는 SRBM 등은 한 발에 200만~300만 달러(약 28억 5000만~42억 7500만 원) 정도”라고 설명했는데요. 이를 토대로 계산해보면 이날 발사한 미사일 두 발에만 최대 85억 원을 소요한 셈입니다. 북한 주민 전체가 이틀 먹을 식량과 맞먹는 비용이죠.
18일 쏘아 올린 ICBM 발사에는 더 큰 돈이 필요합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지난해 12월 주최한 북한군사포럼에 따르면 ICBM 한 발 발사에는 최대 3000만 달러(약 390억 원)가 필요합니다. 이는 북한 전 주민 일주일 치 식량(쌀 7.5만 톤)과 맞먹죠. 북한은 사흘 만에 거의 열흘 치 식량을 허공에 흩뿌린 셈입니다.
북한은 미사일 개발에도 많은 돈을 들였습니다. 국제 반핵단체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은 북한이 미사일을 비롯한 핵무기를 개발하는데 든 비용이 2019년 기준 6억6700만 달러(약 797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는데요. 이는 2020년 북한 국내총생산(GDP)의 2.3%에 해당합니다.
문제는 심각한 식량난으로 북한에서 아사(餓死)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겁니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20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고난의 행군’ 시기만큼은 아니지만, 일부 지역에서 아사자가 속출하는 등 식량난이 심각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이렇게 막대한 비용을 어디서 충당하는 걸까요. 국제 사회는 북한의 주요 수입원을 ‘사이버 공격’과 ‘무기 판매금’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국가정보원(국정원)은 10일 미국 국가안보국(NSA)·연방수사국(FBI) 등 정보기관과 합동으로 북한 측 사이버 공격에 대한 보안 권고문을 발표했습니다. 국정원은 “최근 북한은 외화벌이 및 금전탈취를 목적으로 세계 각국의 의료·보건 등 각 분야 주요 기관에 대한 악의적 사이버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며 “공격 주체(북한)를 은폐하고 추적을 회피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랜섬웨어 및 가상자산을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죠.
표적은 주로 디파이(DeFi·탈중앙화금융) 서비스입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중개인의 개입 없이 암호화폐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디파이 구조의 취약점을 파고드는 거죠. 1일(현지시간) 미국 블록체인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가 발표한 ‘2023 가상화폐 범죄 보고서’는 해킹 조직 라자루스 등 북한 정부와 연계 해커들이 빼돌린 금액이 지난해에만 16억5000만 달러(약 2조1352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앤 뉴버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사이버·신흥 기술 담당 부보좌관은 지난해 7월 “북한이 사이버 기술을 이용해 미사일 프로그램에 드는 돈의 3분의 1을 벌고 있다”고 추정했죠.
무기 판매 대금 또한 북한의 주요 수입원인데요. 미국은 지난달 20일 북한이 러시아 용병 그룹인 와그너 그룹에 무기를 전달하는 위성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존 커비 국가안전보장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이 백악관 브리핑에서 공개한 지난해 11월 촬영된 두 장의 사진에는 다섯 량짜리 러시아 열차가 북한으로 넘어간 뒤 컨테이너를 싣고 다시 러시아로 돌아가는 모습이 포착됐죠.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지난해 9월 유엔 국제 무역 통계 데이터베이스 ‘유엔 컴트레이드’(UN Comtrade) 자료를 통해 북한의 소형화기·경량무기(SALW) 수출 규모가 2015년 이후 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주요 거래국은 트리니다드 토바고, 엘살바도르, 니제르, 피지 등으로 추정했죠. 38노스에 따르면 주요 수출품목은 폭탄, 수류탄, 어뢰, 지뢰, 탄약입니다.
주민들의 생활고가 심각한데도 북한이 미사일에 거금을 들이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북한이 내부적으로 어려우니 외부에 적을 만들려 한다고 분석합니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20일 YTN 뉴스LIVE와 인터뷰에서 “북한 내부로도 굉장히 힘든 상황이다. 다음 주에 하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의 주제는 단일 주제인데, 그게 바로 식량 문제”라며 “그만큼 북한의 식량 문제가 어려우니 외부에 위협을 돌리면서 내부를 단결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북한의 도발이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죠.
한미 연합 훈련 등을 빌미로 삼아 체제 유지를 위한 국방력 강화를 도모한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김 안보전략실장은 “한미가 훈련하거나 새로운 시도를 한다든지 하는 것을 빌미로 훈련을 통해 성능을 개량시키고 성능을 고도화시키는 그런 전략”이라고 설명했죠.
북한에게 미사일은 외교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전문가들은 특히 미사일 발사로 미국에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는 데 주목하는데요. 앞서 19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ICBM 발사 후 담화에서 “바보들이기에 일깨워주는데 대륙간탄도미사일로 서울을 겨냥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 북한 측이 ‘통미봉남(通美封南·미국과 통상외교를 지향하며 한국의 참여를 봉쇄함)’ 전략을 확고히 하려 한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YTN24와 인터뷰에서 “내가 이렇게 명령을 내리면 언제든 미사일이 발사돼서 너희에게 공격할 수 있다, 이것 자체가 바로 굉장히 중요한 메시지”라며 “최종적으로는 미국과 협상을 해서 얻어낼 건 얻어내겠다는 메시지로 읽을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