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러 제재 우회로 막는 것에 초점
러시아, 고강도 제재에도 사회·경제 비교적 안정적
글로벌 곡물시장, 올해 우크라 생산량 2021년 대비 반토막 전망에 우려 고조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러시아 방산·에너지·금융 분야와 주요 인사를 겨냥해 새 제재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신규 제재는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를 우회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질 예정이다.
러시아가 최근 동남부 전선에서 공세를 강화하고 우크라이나는 서방의 무기 지원에 힘입어 분투하면서 전쟁이 장기화할 것을 대비해 대러 추가 제재를 준비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연합(EU)도 이번 주 의결을 목표로 신규 대러 제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U가 준비하는 제재안에는 은행 등 금융기관이 보유한 러시아 동결 자산을 의무적으로 보고하는 내용이 담겼다. 러시아가 서방 제재를 우회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도 포함됐다. 각종 군수품을 지원하는 이란 기업을 제재하고 러시아군이 사용하는 각종 부품과 중장비 차량, 전자제품 수출을 막는 내용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미 장기전으로 돌입한 상태다. 독일과 프랑스 등 서방은 지난 17~19일 진행된 뮌헨 안보회의에서 우크라이나를 필요한 만큼 변함없이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하지만 1년에 걸친 전방위적 대러 제재에도 러시아는 경제·사회적으로 여전히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으나 자국 내에서는 그가 원했던 러시아 제국을 만들고 있다”면서 “시민들 사이에 자유가 사라지고 제국주의적 사고방식은 생활 깊숙이 스며들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고강도 제재가 시작된 직후 러시아 경제가 두 자릿수대로 위축될 것이라는 초기 전망과 달리 지난해 러시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최소 2.2%, 최대 3.9% 감소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예술적 자유가 허용됐던 극장과 박물관은 국가 정책의 선전기구가 됐고, 최근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2차 세계대전의 ‘나치즘’을 빗대 ‘나토지즘(NATOzism)’으로 표현하는 전시회가 열리기도 했다.
극단적 보수주의 성향의 러시아 미디어 재벌인 콘스탄틴 말로페예프는 이날 NYT와 인터뷰에서 “전쟁이 길어질수록 러시아 사회가 진보진영이나 서방의 독극물로부터 정화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전쟁 장기화로 안정적인 수출통로를 확보하기 어려운 데다, 재배지가 포격과 지뢰로 황폐해지자 농작을 포기하는 농가들도 늘어나고 있다. 우크라이나 곡물 협회에 따르면 올해 곡물과 팜유 생산량은 5300만t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쟁 발발 직전 해인 2021년의 반토막으로 지난해보다도 20% 적은 수준이다.
러시아 생산량도 줄어드는 가운데 동남아와 중동 국가 밀 수요가 늘면서 당장 올해 가을부터 내년 봄 주요 밀 생산국 수출량이 글로벌 수요량보다 수백만 톤 모자랄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우크라이나 위기가 신흥국 경제와 정정 불안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