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희망 퇴직으로 인력 수요 있다"
현실은 점포 폐쇄에 인력 감축 불가피
은행이 올 상반기 신규 채용을 지난해보다 늘리기로 하면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의 사회적 책임 확대 요구와 부정적 여론 확산에 채용문을 활짝 열었지만, 비대면 서비스와 점포 폐쇄 확대 등으로 채용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다.
21일 금융당국 및 금융권 등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은 전일 올 상반기에만 1000명을 신규채용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4대 시중은행 채용 규모와 비교했을 때 3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희곤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4대 은행의 지난해 상반기 신규 채용 규모는 총 311명이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이 정부와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으니 채용을 늘려서 사회에 공헌하는 부분이 있음을 보여주기 위함도 있었다”면서도 “지난해 희망 퇴직자들이 나온 만큼 그 자리를 (신규 채용으로) 메울 필요성은 (내부에서) 있었다”고 했다.
은행들은 대규모 명예퇴직을 단행하면서 인력 효율화에 따른 신규 채용 여력 확대에 기인한 것이라는 설명이지만 최근 ‘돈 잔치’ 파장에 따른 여파로 부랴부랴 일자리 창출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시장에서는 은행권의 신규 채용 규모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애초 인터넷은행의 등장, 코로나19 등으로 비대면 서비스가 확대돼 은행권 채용인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부분의 고객들이 온라인이나 모바일로 은행 거래를 하고 있다”면서 “이에 따른 점포 폐쇄와 인원 감축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지금과 같은 ‘신입’ 채용 규모가 유지될지도 미지수라는 의견도 있다. 앞으로 경력직 채용 확대 분위기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과거에 은행은 환율 트레이딩 등 특정 분야를 제외하면 경력 채용이 거의 없었지만, 최근에 자산관리(WM), 기업 등 일반 행원 업무에도 경력직을 뽑는 등 경력을 우대하는 추세가 짙어졌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이 잇따라 사이버보안, 내부통제 등 전문성이 있어야 하는 분야의 역량 강화를 주문한 것도 경력직 선호 분위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간담회를 열고 국내 각 은행장에게 사이버 보안 역량 강화를 주문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달 20일 내부통제, 자금세탁방지 인력과 마이데이터, 클라우드 등 IT 계열 전문 인력 확충을 금융권에 당부했다.
은행권은 그동안 퇴직한 지점장이나 부점장을 내부통제 감사역으로 재채용해 내부통제 인력을 확충해왔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내부통제나 디지털 관련 부서에서 전부 경력을 뽑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해당 부문에서는) 법률 지식이나 코딩 능력을 바탕으로 실전 업무에 바로 투입될 수 있는 인력을 뽑는 경향이 최근 더 강해진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