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블도어도 내 후배…해리도 상상 못 할 ‘호그와트 레거시’ [요즘, 이거]

입력 2023-02-21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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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애 디자이너 mnbgn@)

“귀하께서 호그와트 마법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음을 기쁜 마음으로 알려 드립니다”

11살이 되는 어린이들이 손꼽아 기다린다는 호그와트 입학통지서. 머글(마법 능력이 없는 보통 인간)이지만 해리포터 시리즈의 헤르미온느 그레인저와 마찬가지로 내 몸에는 마법 능력이 왠지 꼭 숨겨져 있을 것만 같은데요.

호그와트에 입학만 하게 된다면, 해리포터를 능가하는 세계관 최강자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도무지 그 ‘기회’가 오질 않죠. 그런데… 어릴 적 ‘부푼 꿈’을 잊고 현실에 적응하고 있는 당신에게, ‘뒤늦은 입학통지서’가 도착한다면 어떨까요?

그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킨 뒤 맞이한 꿈에 그리던 호그와트. 눈 앞에 펼쳐진 현실에 믿기지 않습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나의 능력을 뽐낼 시간이죠. 지금이 ‘호그와트 레거시’에 접속할 타이밍입니다.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소설과 영화로 유명한 해리포터 시리즈의 세계관을 활용한 오픈월드 RPG 게임 ‘호그와트 레거시’가 11일 출시됐습니다. ‘호그와트 레거시’는 워너브라더스 게임즈 산하 아발란체 스튜디오에서 개발했는데요.

그간 ‘해리포터 덕후(이하 해덕)’들에게 게임은 목마름 그 자체였죠. 해리포터 영화에 맞춰 나온 ‘홍보물’ 정도에 그친 데다 원작만큼의 세계관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인데요.

사실 이번 ‘호그와트 레거시’ 또한 초반에는 의심의 눈길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아발란체 스튜디오’라는 생소한 제작사 출시작이었던 데다가 애초 2021년 출시를 목표로 했지만, 계속 미뤄지며 2023년에야 공개됐기 때문이죠. 이건 ‘망작(망한 작품)’의 루트를 그대로 밟고 있다는 불안함이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공개 직후부터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해리포터 세계관’의 모든 요소가 너무나 친절하게 반영됐기 때문인데요. 해덕들은 나 자신이 호그와트의 학생이 되어 해리포터 시리즈의 등장인물들과 함께 생활하며, 호그와트를 포함한 마법의 세계 곳곳을 즐기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죠. 또 마법계에 닥친 어려움을 내가 해내고픈 ‘욕망’도 가득했는데요. 마법 학교, 친구들과의 교류, 흥미진진한 모험, 그리고 그 무엇보다 중요한 ‘마법’까지 그 모든 것을 구현했습니다. 해덕들이 환장(?)하는 포인트를 그야말로 기가 막히게 짚었죠.

‘호그와트 레거시’는 해리포터 시리즈의 약 100년 전 시대를 다루는데요. 원작 해리포터 시리즈는 1991년~1998년을 배경으로 한다면, 호그와트 레거시는 1890년~1891년의 시간대를 다룹니다. 해리포터 원작의 호그와트 교장이었던 알버스 덤블도어 조차 1892년에 호그와트에 입학했는데요. 게임 주인공은 덤블도어의 선배이자, 해리의 까마득한 대선배가 된 겁니다.

해리도 겪어보지 못한 마법 세계와 마법 학교. 설정부터 이미 심장이 반응하는데요. 게임의 주인공(나)은 런던에 사는 호그와트 늦깎이 입학생입니다. 교감인 위즐리 교수로부터 특별 입학 허가를 받아 5학년으로 입학하게 되죠. (자유로운 커스텀으로 나만의 호그와트 생활을 즐길 수 있습니다)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호그와트에 입성하는 순간. 거대한 성이 눈 앞에 펼쳐진 모습은 그야말로 ‘뭉클’. 한참을 돌고 돌아도 끝이 없는 거대한 성. 그저 내가 이 자리에 서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습니다. 소설과 영화에서 맘껏 즐기지 못했던 호그와트 곳곳을 탐험합니다. 그린핀도르, 후플푸프, 레번클로, 슬리데린의 멋진 기숙사와 휴게실뿐 아니라 연회장과 부엉이탑, 교장실 모든 곳이 감탄 그 자체죠. 이뿐만이 아닙니다. 호그스미드(머글이 1명도 없는 마법사의 마을)까지 완벽하게 구현됐는데요. 내가 걷는 이 길이 호그스미도로 향하는 길이라니. 내가 마법사가 되어 상점 곳곳을 다니고 있다니. 그저 여기에 머물고만 싶죠.

꿈꿔왔던 마법 학교 호그와트에서의 생활만도 벅찬데, 무려 이 주인공에겐 ‘특별한 능력’까지 주어집니다. 누구도 쉬이 열 수 없었던 ‘고대 마법’이 허락 된 거죠. 마치 볼드모트와 대적해 첫 승리를 거둔 해리와 비슷한데요. 해리보다 무려 100년 전 호그와트의 영웅은 바로 나였던 겁니다.

이 게임은 웅장하게 재현된 호그와트로만 끝난 것이 아닌데요. 해덕들에게 호불호가 크게 갈렸던 ‘마법대결’까지 마음을 얻었습니다. 주인공은 어둠의 마법 방어술, 약초학, 마법약 등의 수업에서 교수를 만나 마법을 재우고, 이를 통해 자신의 재능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죠. 또한 ‘필요의 방’을 열어 나에게 필요한 것을 얻을 수 있는데요. 하우징, 식물 재배, 마법약 제조, 마법 동물 사육장, 아이템 및 장비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나만의 공간이죠.

‘호그와트 레거시’는 마법 지팡이로 타격하는 ‘손맛’이 좋다는 평이 많은데요. PC게임보다 콘솔 게임을 더 추천한다는 의견들이 나오는 이유죠. 그저 마법 지팡이를 내미는 것이 아니라 배우고 익힌 마법 주문들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내가 정말 ‘마법사’가 된 것만 같습니다.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그런데 이런 마법을 사용하며 퀘스트를 깰 때마다 내가 마법 주문의 효과(?)를 진정 몰랐구나 하는 깨달음까지 얻는데요. 해리포터 기숙사 중 하나의 그린핀도르의 담당 교수였던 맥고나걸 교수의 변신술 수업이 재평가를 받고 있죠.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에서 배운 ‘베라베르토’라는 마법 주문인데요. 당시에는 그저 동물이나 사람 등의 대상을 물체로 변신시키는 ‘단순한’ 주술일 뿐이었죠. 그런데 ‘호그와트 레거시’에서는 무려 적 한 명을 폭약통으로 변신시켜 다른 적에게 던져버리는 엄청난 파괴력(?)을 보여주는데요. 이렇게 1타 2피 파괴가 가능한데 볼드모트는 그저 ‘아바타케다브라(살인 저주)’ 하나로 버텼다며 “볼드모트는 사실 ‘마법알못’이었다”는 웃지 못할 재평가가 나왔죠.

거기다 게임 속 주인공들이 하나둘씩 성장해가면서 펼쳐지는 피 튀기는 마법 전투에 ‘호그와트 레거시’가 아닌 ‘아즈카반(감옥) 레거시’로 불려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응까지 나오는데요. 해리포터는 그저 ‘평화로운 세계의 한 사람’이었을 뿐, 진정한 ‘난세’는 이때였다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죠. “도대체 선배들은 어떤 삶을 사신 겁니까”라는 존경의 감탄사는 기본이 됐습니다.

또 세세한 디테일까지 그저 친절한데요. 해리포터 불의 잔에서 등장했던 론 위즐리의 연회복 기억하시나요? 마치 1890년께나 유행했을 것 같은 레이스 가득한 연회복에 다들 웃음을 터트렸죠.

‘호그와트 레거시’ 게임 내 주인공의 얼굴과 의상 등을 커스터마이징(이용자가 사용 방법과 기호에 맞춰 기능을 설정하는 것)이 가능한데요. 왠지 모를 이 ‘촌스러움’이 어디서 왔나 했더니 정확히 세계관을 반영했던 의상이었던 거죠.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소름 돋는 설정에 해덕들은 이 게임을 도무지 빠져나오질 못했는데요. 영국 게임매체 게임인더스트리에 따르면 정식 출시 후 첫 주말 영국 판매량 1위를 기록했는데요. 스팀 플랫폼 관련 통계를 제공하는 사이트 스팀DB에 따르면 ‘호그와트 레거시’의 출시 이후 최대 동시 접속자 수는 48만9000여 명을 기록했습니다. 또 PC 버전 게임 구동 자체 오류로 아쉬운 평가도 있었지만, 출시 하루 만에 매우 긍정(4만2879개 중 93%의 긍정적 평가)을 달성했죠.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죠. 시작일 뿐인데요. ‘호그와트 레거시’는 4월 4일 PS4와 Xbox One, 7월 25일 닌텐도 스위치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오를 일만 남은 것 같은 ‘호그와트 레거시’의 확장은 어디까지일까요. 내 눈에 어른거리는 호그와트와 내 손에 딱 붙는 마법 지팡이를 도무지 놓을 수 없는 현생. 오늘도 칼퇴각, 내 게임을 즐겨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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