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가 일정을 앞당겨 SM엔터테인먼트 최대주주에 오른 가운데 카카오는 밝힐 입장이 없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하이브는 22일 예정보다 일찍 대금을 납부하고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14.8%를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앞서 하이브는 10일 이 전 총괄이 보유한 지분 중 14.8%를 4228억 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취득 예정일은 다음 달 6일이었으나 하이브는 일정을 12일 앞당겼다. 하이브는 풋옵션을 통해 이 전 총괄이 보유한 남은 지분 3.65%도 취득할 예정이다.
SM엔터테인먼트는 현 경영진을 중심으로 이 전 총괄에 대한 폭로와 하이브의 인수를 반대하는 입장을 연일 발표하고 있다. 이에 맞서 하이브도 실적발표 등과 박지원 하이브 CEO의 메시지 등을 통해 주주들과 SM엔터테인먼트 구성원 설득에 나서는 등 장외전이 치열하다. 하이브가 발 빠르게 최대주주 자리에 오르면서 SM엔터테인먼트를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카카오는 침묵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와 사업협력 계획을 밝혔던 당시 밝혔던 내용에 추가할 부분이 없다는 입장이다.
전날 박지원 하이브 CEO는 “카카오가 경영권에는 관심이 없다는 전제하에 해당 사업적 제휴 내용이 SM에 도움이 된다면 우리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며 협력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러나 카카오는 하이브 측 발언의 의미가 불분명한 데다 현재로써는 경영진 변화 등 상황이 바뀐 것이 없다고 보고 사건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이 전 총괄이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 사건이 진행 중인 점도 카카오의 입을 더욱 무겁게 하고 있다. 이날 열린 첫 심문기일에서는 SM엔터테인먼트의 카카오에 대한 신주와 전환사채 발행의 정당성을 두고 치열한 법정 공방이 펼쳐졌다. 여러 쟁점 중 발행 당시 상황을 ‘경영권 분쟁’으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SM엔터테인먼트 측은 “경영 판단이라는 의견 대립을 경영권 분쟁으로 보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현 경영진이 이 전 총괄을 배제하고 SM 3.0 전략을 발표, 카카오의 손을 잡는 일련의 과정이 대주주의 사익 수취 구조를 개선하려는 경영 판단이었다는 취지다. 특히 SM엔터테인먼트 측은 경영진과 얼라인인베스트먼트, 카카오가 한 팀이라고 볼 수 없다는 주장도 펼쳤다.
카카오는 기존 태도를 바꿔 인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거나, 경영진에 힘을 싣는 입장 등을 내놓으면 재판부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 지분 9.05%를 확보하기 어려워진다.
한편, 재판부는 28일까지 양측의 의견서 제출을 마무리하도록 했다. 가처분 결과는 이르면 다음 주 중 나올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