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백신 기업들이 수두 백신으로 맞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백신 명가 녹십자와 코로나 백신에서 본업으로 돌아온 SK바이오사이언스가 앞으로 국제조달시장에서 입찰 경쟁을 벌이게 된다.
2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GC녹십자는 올해부터 수두 백신 ‘배리셀라’의 글로벌 시장 확대에 나선다. 배리셀라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사전적격성평가(PQ) 인증을 최근 획득하면서 국제조달시장 입찰에 참여할 자격을 얻었다.
배리셀라는 GC녹십자가 자체 개발한 바이러스주인 ‘MAV/06’ 균주를 사용한 백신이다. 기존 제품보다 바이러스 함량을 높이고 안정성을 개선했으며, 무균공정시스템을 적용한 세계 최초 무항생제 수두 백신이다. 국내에서는 2020년 3월 허가를 받아 이듬해 9월 국가필수예방접종(NIP)에 등록해 제품을 유통하고 있다.
앞서 GC녹십자는 1993년 세계 2번째 수두 백신 ‘수두박스’를 개발해 매년 500억 규모의 매출을 올렸다. 수두박스는 지난해 7월 마지막 완제 생산을 종료했으며, 배리셀라로 세대교체에 나섰다.
GC녹십자 관계자는 “배리셀라는 생바이러스 증량으로 바이러스 역가를 높인 제품”이라며 “WHO PQ 승인을 기점으로 중남미, 중동 등으로 영향력을 넓혀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미 ‘스카이바리셀라’를 중남미 지역에 공급하고 있다. 스카이바리셀라는 전 세계 수두 백신 가운데 두 번째로 WHO PQ 인증을 받은 제품이다. 국내 허가는 2018년 6월 획득했다.
지난해 SK바이오사이언스는 범미보건기구(PAHO)로부터 2024년까지 3127만 달러(약 400억 원) 규모의 수두 백신 물량을 수주했다. PAHO는 유니세프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큰 백신 수요처로 중남미 국가들의 백신 수급을 맡는 국제기구다.
PAHO 입찰은 2~3년에 한 번씩 이뤄지며,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다. GC녹십자는 수두박스로 쌓은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이에 도전할 계획이다. 배리셀라의 경우 바이러스 함량이 3800PFU(Plaque Forming Unit)로, 2400PFU인 스카이바리셀라보다 높다는 특징이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PAHO 입찰에서 먼저 성과를 낸 만큼 수성에 나선다. 특히 코로나 백신의 빈자리를 메꾸기 위해서는 기존 백신 사업을 활발히 전개해야 하는 상황이다.
글로벌 수두 백신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브랜드에센스 마켓 리서치(BrandEssence Market Research)에 따르면 글로벌 수두 백신 시장은 2021년 32억1000만 달러(약 4조 원)에서 2028년 47억6000만 달러(약 6조 원) 규모까지 팽창할 것으로 예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