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올해도 이른바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을 대량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LH는 지난해에도 서울의 한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를 시세와 비슷하게 매입한 사실이 밝혀져 ‘혈세 낭비’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LH는 매입임대 사업에 관해 전반적인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23일 본지 취재 결과 LH는 지난달 서울 용산구 원효로 2가 일대 오피스텔 ‘씨모어’ 36가구를 매입했다. 매입한 36가구는 모두 전용면적 24㎡로, 한 가구당 3억9140만~4억325만 원 수준이다. LH가 이 오피스텔 쓴 금액은 부동산 중개수수료를 포함해 전체 142억7392만 원에 달한다.
문제는 이 단지가 지난해 9월 준공 후 분양을 진행했지만, 대량 미분양이 발생한 곳이라는 점이다. 이곳은 당시 41가구를 분양했는데 전 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사실상 LH가 미분양 물량의 대부분을 매입한 것이다. LH는 이번에 매입한 물량을 청년 매입임대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이 단지는 지금도 물량이 남아 선착순 분양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자가 이 단지 분양 관계자에게 매수 의사를 밝히자 남은 오피스텔 물량이 있어 바로 분양을 받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 관계자가 제시한 분양가는 한 가구당 5억1000만~1500만 원 수준이었다.
인근 A공인중개 관계자는 “이 일대는 3억 원대로 분양했던 곳들도 미분양이 나는데, 해당 오피스텔은 작년에 분양가가 5억 원 초반으로 책정돼 너무 비싸 분양이 잘 안 됐다”며 “LH가 매입한 가격도 지금 시세 대비 비싼 수준”이라고 말했다.
앞서 LH는 지난해에도 서울 강북구 일대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칸타빌 수유팰리스’를 시세와 비슷하게 매입해 혈세 낭비 논란이 일었다. 이 단지는 고분양가로 미분양 상황이 길어지자 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가격을 15% 할인하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LH는 이 단지 전용 19~24㎡ 36가구를 각각 2억1000만~2억6000만 원, 전체 79억4950만 원에 매입했다. 이외에도 LH는 같은 달 준공 후에도 빈 상태로 있던 광진구 자양동 일대 A 오피스텔 28가구를 총 98억500만 원에 사들이기도 했다.
현재 LH는 임대 목적으로 주택 매입 시 준공 후 미분양 인지 여부는 따로 확인하지 않고 있다. 매입 규정에 따르면 LH는 사용승인일 6개월 이내의 기존 임차인이 없는 신축주택을 우선 매입한다. 지금처럼 분양시장이 하락세로 접어든 시기엔 신축의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자동적으로 우선 매입 대상에 들어가게 되는 셈이다.
다만 준공후 미분양이 늘고 있는 최근 상황에서 시세대로 구입하는 것에 대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직접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여기에 국민 정서에도 맞지 않는다는 여론도 커지면서 LH는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LH 관계자는 “확정 단계는 아니지만, 자체적으로 제도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매입 과정에서 미분양 물량인지 확인하는 과정일 수도 있고, 가격 측면일 수도 있고, 이처럼 제도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필요하면 정부와 논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