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관련 소부장 업체들의 실적이 추락하고 있지만, 이들 스스로 무언가를 할 게 별로 없다. 1ㆍ2차 벤더들은 실적은 고객사의 투자 결정에 기업의 미래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시장의 회복과 고객사의 투자 확대를 기다려야만 하는 처지인 셈이다.
◇삼성DㆍLGD에 쏠린 눈 = 소부장 기업들의 공급사인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 전망도 밝지 않다.
26일 FN가이드에 따르면 시장에서 추정한 LG디스플레이 1분기 매출액은 5조139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58%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이익은 8219억 원의 손실로 전망된다.
올해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축소될 것으로 보이며, 영업이익은 3분기까지 적자를 보인 후 4분기 흑자로 전환될 것으로 관측됐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매출 34조3800억 원, 영업이익 5조9500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8.4%, 33.4%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4분기 매출은 9조3100억 원, 영업이익은 1조82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매출은 2.8%, 영업이익은 38.6% 늘어난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실적은 수익성이 떨어진 LCD(액정표시장치) 사업 정리가 크게 작용했다.
삼성디스플레이 공급 소부장 업체들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앞으로 투자를 더 확대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은 만만치 않은 상황에 직면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투자를 가늠할 올해 매출 추정치 증감률은 △1분기 32%(전년동기대비) △2분기 22%, 3분기 17% △4분기 11% 등으로 집계됐다. 시장 위축에 따른 수요 감소가 진행되는 걸 보여주고 있다.
◇심상치 않은 시장 = 시장 전망도 예사롭지 않다.
시장조사기관 DSCC는 올해 글로벌 디스플레이 설비 투자 규모가 38억 달러(약 4조8000억 원)로, 201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38억 달러는 지난해(120억 달러)의 32% 수준이다.
구체적으로 LCD 투자가 올해 75% 감소하고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는 64% 줄어들 것으로 진단했다. 투자 축소는 글로벌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올해 설비 신·증설을 거의 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는 기존 투자 계획을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사례도 포함된다.
DSCC는 “패널 제조업체들이 신규 생산설비 투자를 지속적으로 늦추고 있다”며 “올해 디스플레이 장비 공급사들은 사실상 생존모드에 돌입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2024~2025년 설비 투자는 올해보다 개선되지만 2022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해, 당분간 소극적인 투자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봤다.
디스플레이업계가 설비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은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 절벽에 기인한다. IT 등 전방 산업의 재고 조정이 국내 디스플레이업체들의 주력인 하이엔드 제품까지 미치면서 실적이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신사업ㆍ신기술에 사활 건다 = 대부분의 소부장 기업들은 주력 제품의 비중이 전체 매출에서 80~90% 이상이다. 시장의 움직임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고객사로부터 수주량을 늘리거나, 신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LED 제조와 판매 사업이 전체 매출 99%를 차지하는 서울반도체는 차세대 디스플레이에 사용될 마이크로 LED 기술을 보유했다. 이 기술은 최근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OLED를 잇는 차세대 기술로 주목하고 있다.
다만 아직 상용화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본격적으로 수익을 낼 시점은 예상하기 힘들다.
아바텍도 주력 제품인 OLED 글래스 처리 사업이 96.63%를 차지한다. 이 기업은 6세대 OLED 대응을 위한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져 양산 예정이라고 한다.
디바이스이엔지는 디스플레이 오염제어 장비 매출 비중이 99.89%로 사실상 단일 사업 기업이다. 회사 자체도 이런 사업 구조를 극복하기 위해 주력 사업과 기타 소재부품 사업의 비중 50대50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소부장 산업의 연구 개발이 쉽지 않은 만큼 디바이스이엔지는 다른 소재부품 기업을 인수해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