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며 자동적으로 구속영장도 기각됐다. 그러나 검찰은 추가 혐의를 찾고 다른 사건으로 다시 영장을 재청구하며 이 대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갈 전망이다.
27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처리한 결과, 총 투표수 297표 중 찬성 139표, 반대 138표, 기권 9표, 무효 11표로 부결 처리했다. 체포동의안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체포동의안 표결이 시작되기 전 이 대표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각각 부결과 가결 필요성을 의원들에게 설명했다.
한 장관은 역대 최장인 15분을 넘어서는 시간을 할애하며 이 대표의 구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대장동‧위례‧성남FC 사건은 죄질과 범행의 규모면에서 단 한 건만으로도 구속이 될 만한 중대범죄”라며 “이번 체포동의안은 다른 국민들과 똑같이 법원의 심사를 받게 해달라는 ‘판사 앞에 나오게만 해달라’는 요청이고 수많은 이 의원의 공범들, 그리고 다른 모든 국민들이 따르는 대한민국 형사사법시스템에 따라달라는 요청”이라고 밝혔다.
한 장관은 이날 여러 비유를 들어 이 대표의 범죄사실을 설명하기도 했다. 한 장관은 위례·대장동 개발사업의 이권과 관련해 “영업사원이 100만 원짜리 휴대폰을 주인 몰래 아는 사람에게 미리 짜고 10만 원에 판 것”이라며 “여기서 주인은 90만 원의 피해를 본 것이지, 10만 원이라도 벌어준 것 아니냐는 변명이 통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한 장관은 “이 대표 측은 위례·대장동 공모지침서를 남욱, 김만배 등 일당과 함께 만들었다”며 “(이는) 아예 수험생이 시험문제를 직접 출제하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 대표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구체적으로 반박했다. 이 대표는 “돈을 버는 것이 시장의 의무도 아니지만 (성남시는) 적극행정을 통해 5503억을 벌었음에도 (검찰은) 더 많이 벌었어야 한다며 배임죄라고 한다”라며 “영장 혐의 내용이 참 억지스럽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이어 “개발이익 중 70%를 환수하지 못했으니 배임죄라는데, 70%는 대체 어디서 나온 기준인가”라며 “그렇다면 개발이익 환수가 아예 0%인 부산 엘씨티나 양평공흥지구, 일반적인 민간개발허가는 무슨 죄가 되는가”라고 검찰을 향해 반문했다.
이 대표는 검찰이 ‘정치 수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50억 클럽’은 면죄부를 주고, 도이치모터스 사건은 수사하지 않는 윤석열 정부의 검찰이 이재명은 반드시 잡겠다고 검사 60여명을 투입해 근 1년간 탈탈 털고 있다”라며 “뚜렷한 혐의도 없이 제1야당 대표를 구속시키려는 헌정사상 초유의 이번 사태는 대한민국 정치사에 역사적인 한 장면으로 남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국회 회기가 열린 경우 의원 절반 이상이 체포동의안에 찬성해야만 법원에서 구속적부심 심사를 받을 수 있다.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부결로 검찰은 이번 회기에 그를 체포할 수 없게 된다. 3월 임시국회는 2월 임시국회 직후인 3월 1일부터 시작된다. 이 회기가 끝나도 의석수 과반을 차지하는 민주당은 다시 임시국회를 열고 회기를 이어나갈 수 있다.
국회가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며 구속영장은 법원의 영장실질심사 없이 기각된다. 이 경우 검찰은 불구속 기소로 사건을 마무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으나, 최근에는 분위기가 바뀌었다. 검찰은 ‘6000만 원 수수’ 혐의를 받는 노웅래 민주당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지난해 12월 28일 국회에서 기각됐으나 지금까지도 추가 수사를 이어가며 불구속 기소 처분을 내리지 않고 있다.
노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기각된 뒤 검찰 수사팀 관계자는 “관련 혐의에 대해 계속 수사를 진행 중이고 검토한 뒤에 영장을 재청구하는 등 구체적인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은 이 대표의 다른 사건들과 관련한 구속영장을 순차적으로 청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기각된 구속영장은 서울중앙지검의 ‘대장동‧위례 신도시 개발 의혹’ 사건과 수원지검 성남지청의 ‘성남FC 후원금’ 사건이다. 두 사건 외에도 수원지검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대북송금 의혹’ 등 여러 사건을 수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