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에 대한 반도체 보조금 지원에 초과이익 공유 등 엄격한 조건을 내걸기로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리 기업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미국 사업장 내 보육시설 완비, 자사주 매입 제한, 초과 이익 공유 등 당초 알려지지 않았던 보조금 지급 조건 등 다양한 조건을 추가했다.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보조금 수혜 기업은 자사의 구체적 재무 상태와 연간 실적 전망치를 미국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예를 들어 삼성이나 SK하이닉스가 예상을 웃도는 이익을 거두면 미국 정부가 초과이익에 대해 일종의 배당을 요구한다는 식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법인세 외에 준조세까지 요구받아 사실상 이중과세 부담을 지게 되는 셈이다. 이는 사실상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으로, 우리 기업들은 당혹감을 내비치고 있다.
여기에 미국 정부는 50조 원의 규모의 반도체 생산 보조금 지원법을 시행하면서도 ‘가드레일’ 조항을 넣어 인센티브를 받는 경우 중국 등 ‘우려국’에 반도체 시설을 새로 짓거나 기존 시설에 추가 투자할 수 없도록 조건을 걸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관련 중국 매출 비중이 30%에 달한다. 앞서 알려진 ‘10년간 중국 투자 금지’ 조항도 부담이다. 또, 미 정부는 국내 기업들이 중국에서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지 못하도록 기술 수준을 제한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이미 국내 반도체 업계는 중국 경기 침체로 큰 타격을 입었다. 2월 반도체 수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5% 줄어드는 등 부진한 모습이다. 지난 1월 한국의 반도체 수출 실적 60억 달러는 지난해 동원 대비 44.5%(48억 달러)나 감소했다. 이는 15대 주요 품목 중 최대 폭의 감소 기록이다. 반도체 수출 하락세는 지난해 10월(-17.4%), 11월(-29.9%), 12월(-29.1%) 역시 이어졌는데 올해 들어 감소세가 더 커졌다.
반도체 업계는 오는 4일 개막하는 중국의 연례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연임을 확정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체제의 사실상 공식 출범식인 만큼 경제 메시지도 중요하게 다뤄질 전망이다. 양회에서 중국 반도체 산업을 부양하는 대규모 투자 정책이 발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기업은 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강대강 정책을 펼칠 수 있다는 데 대해 우려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에 투자하는 기업에 페널티를 주는 식의 맞불 전략 등이다.
한편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온다. 정부 역시 이러한 미 정부의 추가 요건에 대해 알지 못했다는 분위기다. 이번 보조금에 따라 우리 기업들이 커다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가운데 정부가 안일한 대처를 하고 있다는 우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