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면세업체 韓공세(下)] 인천공항 면세점 상반기 입찰 불참
인천공항 입찰설명회 참여…국내 면세업체 “예의주시”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에 글로벌 면세업 1위 중국국영면세점그룹(이하 CDFG)이 참여한 가운데, 또 다른 막강한 글로벌 경쟁자 듀프리토마스쥴리코리아(이하 듀프리)가 인천공항 입찰엔 최종 불참했다.
하지만 듀프리 측이 현재 운영 중인 김해공항 면세점을 계약 종료 전에 정리하고 올해 하반기 열릴 인천공항 입찰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란 전망이다. 중국 CDFG에 이어 듀프리까지 글로벌 면세기업들의 한국 시장 공략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국내 면세업계는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됐다.
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스위스 듀프리는 2월 마감된 인천공항 면세입찰에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듀프리는 전 세계 면세사업자 중 4위 업체로 지난 2021년 기준 올린 매출만 37억7600만 유로(약 5조32억 원)에 달한다. 지금은 국내 면세기업인 롯데(2위), 신라(3위)에 밀렸지만, 한때 전 세계 1위를 지속할 정도로 막강한 자금력을 보유한 ‘글로벌 면세공룡’이다.
특히 인천공항 입찰에 불참했지만, 업계에서는 내년 2월 이전에 김해공항 면세점 운영 중단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재 듀프리는 ‘토마스쥴리코리아’라는 한국법인을 통해 김해공항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2014년 최초 국내 사업자로 선정된 뒤, 2019년 한 차례 갱신에 성공하면서 2024년 2월까지 영업이 보장된 상황이다.
계약 종료 전 김해공항 철수는 하반기 예정된 인천공항 입찰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란 설명이다. 실제 인천공항 제1 터미널의 신세계디에프, 그랜드관광호텔 계약기간이 각각 올해 7월과 9월에 만료돼 신규 사업자 선정이 불가피하다. 사업권 신규 조정 이후, 듀프리가 참여한다면 대기업과 중소·중견 사업권 중 어느 곳에 입찰 의향서를 써낼지도 관심이다.
국내 면세업계 관계자는 “아예 안 들어온다는 얘기도 있지만, 올해 초 인천공항 입찰 사업설명회에도 온 걸 보면 예의주시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김해공항에서 미리 빠진다는 이야기도 왕왕 돌고 있다”고 했다.
스위스 듀프리까지 하반기 인천공항 입찰에 참전하면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실제 2014년과 2019년 듀프리의 국내 사업 전개 과정에서 논란이 제기 되며, 국내 중견·중소 면세사업자들과 ‘마찰’을 빚은 바 있다. 당시 글로벌 면세 1위였던 듀프리가 한국법인을 세워 중소·중견 사업권을 따내자 ‘무늬만 중소기업’인 글로벌 자회사의 꼼수 진출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한 중견 면세업계 관계자는 “지난 입찰설명회에 참여했던 대한항공씨앤디처럼 대기업도 자회사를 만들어 얼마든지 진출할 수 있게 됐다”면서 “중소·중견면세 입장에선 듀프리가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지만, 적극적으로 나오면 이기기 힘들다. 입찰 가격이 전체 점수에서 비중을 40%나 차지하는데, 듀프리 측에서 돈으로 밀어붙이면 이기는 방법이 지금으로선 없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듀프리토마스쥴리코리아 측은 김해공항 면세점 사업 포기나 철수는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듀프리토마스쥴리코리아는 “당사 및 당사 주주(토마스쥴리, 듀프리)는 김해공항 면세점 사업을 조기에 포기하고 철수할 생각이 없다”면서 “당사의 설영특허 및 공항 임대차계약이 2024년에 만료되기로 되어 있으나, 개정된 현 임대차보호법하에서 당사는 임대 및 설영특허를 5년 더 연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해공항 면세점 운영주체와 관련 회사 측은 “면세점 운영주체는 듀프리가 아닌 듀프리토마스쥴리라는 한국법인이며, 대주주는 토마스줄리 한국회사이고 듀프리는 이 법인의 소주주”라는 입장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