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밑에 심는 폰이 미래?” 스마트폰 어디까지 진화했나[이슈크래커]

입력 2023-03-02 16:01수정 2023-03-02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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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의 아버지’ 마틴 쿠퍼(AP/연합뉴스)
1973년 휴대전화를 처음 개발한 ‘휴대전화의 아버지’ 마틴 쿠퍼(94)가 “다음 세대는 귀밑에 심은 휴대전화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해 화제입니다. 쿠퍼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이동통신 전시회 ‘MWC 2023(모바일 월드 콩그레스)’에서 현재의 납작한 휴대전화 디자인은 머리 곡선과 맞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체내 발생 에너지를 활용해 피부 밑 휴대전화는 충전도 필요 없을 것이라고 말했죠. ‘귀밑에 이식하는 휴대전화’가 마냥 허무맹랑한 얘기로 들리지 않을 만큼, 최근 스마트폰들은 빠른 속도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이번 MWC는 휴대전화의 미래를 확인할 수 있는 첨단 기술의 장이었는데요. 애플을 넘어 혁신으로 보인 중국 기업들부터 신기술로 부활을 예고한 레노버까지 눈길을 사로잡는 제품들의 향연이었습니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 오포(OPPO)가 ‘MWC 2023’에서 선보인 ‘파인드 N2’(AP/뉴시스)
삼성 맹추격하는 중국 폴더블

삼성전자가 ‘갤럭시 플립·폴드’ 시리즈로 선두를 차지한 ‘접는 스마트폰’ 분야에 전 세계 주요 스마트폰 기업들이 뛰어들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함께 스마트폰 양대산맥을 차지한 애플 역시 조만간 폴더블을 출시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죠. 애플 특허 전문매체 파텐틀리애플닷컴에 따르면 애플은 1월 12일(현지시간) ‘균열 방지 디스플레이 기술’을 출시했는데요. 이는 구부리거나 접을 때 디스플레이 표면에 발생하는 균열과 흠집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애플이 특허 출원 당시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예시로 들고 있다는 점이 주목을 받았습니다.

특히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은 ‘삼성 추격’에 적극적입니다. 아너, 오포, 화웨이 등 중국 기업들은 일제히 MWC 2023에 폴더블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폰을 선보였습니다. 아너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Z폴드와 유사하게 좌우로 접는 형태의 ‘매직Vs’로 프리미엄화에 도전했습니다. 오포는 갤럭시 Z플립처럼 상하로 접는 형태의 ‘파인드 N2’를 선보였는데요. 삼성전자의 Z플립과는 다르게 보조화면을 세로로 내 나름의 차이를 두려 했습니다. 화웨이는 특히 저돌적입니다. 삼성전자의 5배 크기로 MWC 2023 전시관을 꾸미고, 화면을 바깥쪽으로 접는 ‘아웃폴딩’ 방식을 공개해 자사만의 신기술을 선보이는 등 폴더블 기술에 대한 자신감을 내보였습니다.

선두주자인 삼성전자도 신기술을 공개했습니다. ‘멀티 폴더블 디스플레이’는 삼등분의 화면을 안 또는 밖으로 접을 수 있는데요. 병풍처럼 S자 형태로 꺾이는 ‘플렉스S’와 G자 모양으로 접을 수 있는 ‘플레그G’타입이 공개됐습니다. 키보드까지 모두 디스플레이인 폴더블 노트북도 공개됐죠. 노트북을 완전히 펼치면 하나의 넓은 화면이 됩니다.

최원준 삼성전 MX사업부 개발실장(부사장)은 중국 업체들의 폴더블 부문 약진과 관련해 “중국 업체들이 폴더블폰을 내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환영한다”며 “(폴더블폰) 시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좋은 현상으로 본다. 애플이 폴더블 시장에 진출해도 당연히 환영”이라고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CES 2021’에서 ‘LG 롤러블’을 공개했던 LG전자(LG전자/뉴시스)
차기 폼팩터는 ‘롤러블’?…MWC 2023서 시선 강탈한 레노버

폴더블을 이을 차기 폼팩터(form factor, 물리적 외형)로 주목받는 건 ‘롤러블’입니다. 롤러블은 기기 휴대 시 화면을 말았다가 휴대전화를 사용할 때는 펼칠 수 있는 형태인데요. 폴더블보다 이론상 최대 크기가 커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MWC 2023에서는 레노버가 3초 만에 길이가 늘어나는 롤러블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선보여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앞서 LG가 2021년 1월 열린 CES 2021에서 선보인 롤러블 스마트폰, 일명 ‘상소문 폰’을 떠오르게 하는 디스플레이였죠. 레노버가 MWC 2023에서 공개한 롤러블 스마트폰은 애초 15:9비율의 5인치 화면으로 블랙베리의 스마트폰 모델을 떠오르게 하는 짧은 길이입니다. 하지만 버튼을 누르면 화면이 최대 22:9 비율, 6.5인치까지 늘어납니다. 일반 바(bar)형 스마트폰과 화면 길이가 같아지는 거죠. 길이를 짧게 쓸 때는 패널 일부가 기기 뒷면으로 말려 넘어가 보조 화면으로 쓸 수 있습니다. 레노버가 공개한 노트북 역시 화면이 위로 길어지는 형태인데요. 2024x1604 해상도, 16:9 화면비일 때는 화면이 키보드 아래로 말려 들어가 있습니다. 화면은 최대 2024x2368 해상도, 8:9 화면비까지 늘어나죠. 이때는 16:9 화면 두 개를 위아래로 붙인 것과 같은 크기가 됩니다.

이번에 공개된 제품들은 단순 시제품으로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하지만 폼팩터 트렌드가 폴더블을 넘어 롤러블까지 확장되고 있음은 자명하죠. 시장조사기관 DSCC는 2020년 10억 달러(약 1조 3000억 원) 수준인 폴더블·롤러블 스마트폰 시장이 2025년 10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삼성전자와 애플도 관련 특허를 출원한 상태입니다. 삼성전자는 앞서 CES 2023 행사에서 화면을 잡아당겨 펼칠 수 있는 태블릿PC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AP/뉴시스)
뇌 이식 컴퓨터 성공한 일론 머스크…‘신체 이식 스마트폰’ 현실 될까

쿠퍼가 제시한 ‘귀에 이식하는 스마트폰’은 디스플레이가 필요 없는 한층 진보한 형태입니다. 이러한 형태의 스마트폰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체내에 마이크로칩을 삽입하는 뇌 임플란트 시술을 통해 물리적 접촉 없이 컴퓨터 조종이 가능합니다.

BCI 기술은 아직 스마트폰에 적용할 만큼 발전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많은 과학기술 관련 기업들이 BCI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어 불가능한 얘기는 아닙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설립한 뉴로테크놀로지 기업 ‘뉴럴링크’는 실제로 뇌에 이식 가능한 BCI를 개발 중인데요. 2021년 2월에는 생각만으로 컴퓨터 조작이 가능한 칩을 원숭이 두뇌에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고 알렸습니다. 발표와 함께 공개한 영상에서는 원숭이가 조종간을 잡지 않고 화면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컴퓨터 게임 ‘퐁’을 플레이하는 모습이 담겼죠. 다만 이 이후 뉴럴링크를 포함해 뇌 임플란트 기술에서 뚜렷한 성과를 보인 기업은 아직 없습니다.

한편 시선이나 생각만으로 컴퓨터를 조작하는 기술은 상당 부분 진전 됐는데요. 지난해 3월 22일 독일 튀빙겐대 의료심리학및행동신경생물학연구소와 뮌헨클리닉 신경과, 미국 브라운대 카니뇌연구소, 스위스 비스생물학및뇌공학센터 등 연구팀은 눈동자까지 마비된 루게릭병 환자에게 뇌 컴퓨터 인터페이스를 이식해 뇌 신호만으로 글을 쓰게 하는 실험에 성공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발표했습니다. 미래 휴대전화는 쿠퍼의 말처럼 ‘귀밑에 심는 형태’도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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