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 52시간’제를 대대적으로 손질한다. 1주일에 52시간까지 일하도록 제한한 기존 근로시간제를 보완해 노사합의를 전제로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길을 여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는 어제 이런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확정, 입법 예고했다. 정부는 입법 예고 기간을 거쳐 6월 이후 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한다. 근로유연제 법제화의 시동이 걸린 셈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근로자에게는 주4일제, 안식월 등 다양한 근로시간 제도를 향유하는 편익을 안겨주고 기업에는 인력 운용의 숨통을 틔워줄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근로유연화에 나선 것은 기존 제도가 너무 경직적이어서 폭넓게 비효율과 불만을 낳기 때문이다. 기존 제도는 1주일에 법정노동 40시간, 연장근로 12시간까지만 허용한다. 이렇다 보니 시간을 다투며 신제품 출시 경쟁을 벌이는 게임개발업계나 연구개발 조직 등은 발목을 잡히기 일쑤다. 계절적 일감이 많은 에어컨, 아이스크림 업체 등도 어려움을 겪는다. 입법 절차가 완료되면 연장근로 허용시간 관리단위는 주에서 월 이상으로 확대된다.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 않다. 일본은 연장근로 관리 단위가 월이고, 독일은 6개월이다. 주요 선진국치고 대한민국처럼 기업을 옥죄는 근로시간제를 운용하는 곳은 찾기 어렵다. 왜 국내 기업들만 발목이 잡혀야 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기존 제도가 기업만 괴롭히는 것도 아니다. 더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는 근로자가 한둘 아니다. 퇴근 후 투잡을 뛰는 이들도 있고, 노트북을 들고나와 커피숍에서 일하는 진풍경을 빚기도 한다.
정부는 연장근로 허용시간 관리단위를 조정할 경우 일하는 시간의 총량을 줄이는 처방도 마련했다. 연장근로시간 총량 감축제다. 관리단위를 분기(3개월) 이상으로 확대할 때 적용된다. 기존의 보상휴가제는 근로시간저축계좌제로 대체된다고 한다. 연장·야간·휴일근로시간을 적립해 휴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전반적으로 자율권이 확대된다는 뜻이다.
지구촌은 자국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무한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긴장의 끈을 조여야 한다. 한국은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국가경쟁력 평가결과에서 보듯 2022년 기업효율성이 6계단이나 떨어져 63개국 중 33위에 그치고 있다. 생산성, 노동시장, 경영활동 등 대부분 항목에서 순위가 떨어졌다. 매사에 쓸데없이 간섭하고 규제하니 이렇게 되는 것이다. 근로유연제가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은 물론 기업의 생산성 향상과 국가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중지를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