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사 해 넘길 듯…국방부장관 "9~12개월 소요 예상"
김병주 "사회적 영향력 고려 신속하게 심사 착수해야"
성전환 수술 후 강제 전역 처분을 받고 숨진 고(故) 변희수 전 하사에 대한 순직 관련 재심사가 해를 넘길 전망이다. 국방부는 현 심사 대기 건수를 고려했을 때 연내 재심사가 어렵다는 취지의 입장을 국회에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군 당국의 피해자와 유족의 인격권을 침해를 지적하며 순직 재심사를 권고한 바 있다. 국회에선 사안의 중대성 등을 판단한 인권위 권고인 만큼 국방부도 신속하게 재심사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8일 본지가 입수한 서면 답변서에 따르면, 이종섭 국방부장관은 변 하사에 대한 재심사 절차 등을 묻는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국방부 중앙전공사상심사 순서는 접수순을 기준으로 시행하며 현 대기 심사건수(317건)을 고려 시 9~12개월가량 소요된다”고 밝혔다. 짧게는 9개월이 걸린다는 의미인데, 현재가 3월이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사실상 연내 재심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군 당국은 순차적으로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종섭 장관은 “유족이 80세 이상 고령일 때, 심사 후 후속 조치 기간 등을 고려하여 선 반영했었던 사례가 있었다”며 “그 외 다른 사유로 심사순서를 변경했던 사례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재심사 일정을 기다리는 유족의 마음은 동일하다”며 “고인의 명예회복과 유가족의 입장에서 적극 노력하겠으나 심사 순서를 준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세부 심사 절차에 대해선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순직 재심사 권고문 접수 시 군인사법 등 관련 법규에 따라 외부 민간전문위원만으로 구성된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 심의절차를 거쳐 순직 여부를 재판단할 예정”이라고 했다. 또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라 90일 이내 인권위에 이행 계획 및 세부 심사 일정 등을 통지할 계획이다.
이번 서면 답변서에는 “육군 보통전공사상 심사위원회에선 순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소수 의견이 있었다”는 이 장관의 발언도 담겼다. 다만, “다수의 위원은 사망이 군인사법 등 법령에 명시된 공무상 상당한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부연했다. 반면, 국가인권위원회와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는 군의 부당한 전역처분에 따른 자해 사망사고로 보고, 순직 결정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군의 태도가 미온적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김병주 의원은 이 장관에게 “재심을 기다리는 분들이 많아 순서대로 처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재심신청자가 노령이나 특별한 사유가 있으면 이를 고려하여 심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 권고는 특별한 사유로 볼 수 있으며 군의 의지만 있다면 선제적으로 심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본지 질의에 “부대의 왕따 등 부조리, 또는 구타 및 가혹 행위 등이 원인이 되어 자살한 인원 중에서 순직으로 결정한 사례는 총 357건이다. 변 하사의 문제도 전향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사회적 파급효과와 향후 반복되는 사례에 대한 기준이 될 수 있는 만큼 국방부의 신속한 재심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한편, 변 하사는 2019년 성전환 수술을 받고서 이듬해 강제 전역 처분되자 이를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첫 변론을 앞둔 2021년 3월 3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변 하사는 그해 10월 강제 전역을 취소하라는 법원 판결에 따라 '군인 신분'으로 숨진 것으로 인정됐다.
지난해 4월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가 부당한 전역 처분이 주된 원인이 돼 변 하사가 사망에 이르렀다고 보고 국방부에 순직 결정을 권고했다. 하지만 육군은 지난해 12월 1일 변 하사의 죽음이 공무와 인과관계가 없다고 보고 일반 사망으로 분류했다. 지난달 23일 국가인권위원회도 국방부 장관에게 변 하사에 대한 재심사를 권고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