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항공청 설립 난관] 대통령 한마디에 ‘사천’…시너지 불확실은 현재 진행형

입력 2023-03-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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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청, 대전행 유력했지만…대통령 한마디에 '사천'
입지 선호도 조사 대전 압도, 우주산업 수도권에 몰려

한국 우주산업의 키를 잡게 될 우주항공청은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경남 사천으로 못 박혔다. 당초 우주연구기관이 밀집한 대전이 유력하다는 전망도 나왔지만, 민간 주도로 개발돼야 한다는 의지가 반영돼 사천으로 최종 낙점됐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중심으로 우주항공산업 관련 기업들이 경남권에 분포해 있다는 점이 결정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KAI는 우주선, 위성체, 발사체와 관련 부품 설계, 제조, 판매, 정비 사업을 하는 한국 대표 우주항공산업 관련 기업이다. 2014년부터 누리호 사업에 참여해 누리호 체계 총조립을 맡아 2차 발사 성공에 기여했다. 한국 최초의 달 탐사선 ‘다누리’ 본체 구조체 시제작과 조립시험 등도 지원했다. 국내 우주산업 발전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만큼 우주항공청과 가까워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받았다.

지난해 10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으로부터 누리호 발사체 기술을 이전받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한국형 우주발사체 단조립장도 사천 인근에 위치할 가능성이 크다. 전남 고흥과 순천, 경남 창원시가 단조립장 설립 부지 선정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문용역기관을 통해 입지 선정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사천시는 S&K항공, 두원중공업, 송월테크놀리지 등 여러 기업체가 위치해 우주산업 네트워크를 형성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위성체 제작 관련 한화시스템, 발사체 제작 관련 제넥과 케이피항공산업, 위성방송통신 관련 STX엔진, 위성항법 관련 디젠 등이 영남권에 분포하고 있다. 사천공항과 삼천포항 등이 있고 남해 및 대전·통영 고속도로를 통해 육로도 활성화돼 있다.

다만 한 업계 관계자는 “우주 관련 기업은 수도권에 더 많다”고 짚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내놓은 2022 우주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주산업에 참여한 기업 중 53.7% 수준인 230개 기업이 수도권에 분포했다. 영남권과 충청권에는 각 92개 기업이 자리했다. 우주 산업 분야 매출액은 수도권이 1조7930억 원(69.8%), 영남권 5365억 원(20.9%), 충청권 2204억 원(8.6%) 순으로 나타났다.

누리호 발사대가 전남 고흥에 위치해 물리적으로 거리가 멀어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또 우주 관련 연구기관 대부분 대전 등 충청권에 위치해 사천과 거리가 있다는 점은 불리한 요소로 지적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비롯해 위성체 제작 관련 카이스트 인공위성연구소,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 발사체 제작 관련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원격탐사 관련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등 11곳이 충청권을 중심으로 분포해 있다. 2021년 우주산업에 참여한 연구기관의 40%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영남권에 있는 연구기관은 한국산업기술시험원 등 5곳 정도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서 공개한 보고서 중 우주 총괄기관 입지 관련 전문가 선호 조사에서는 ‘행정부처와 정부연구기관이 모여 있는 대전(세종)권이 적합하다’는 의견이 67%로 가장 높아 화제가 됐다. 주요 고려 사항이 아니라는 의견이 16%로 뒤를 이었고, 사천을 선택한 응답은 8%에 그쳤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사천의 경우 항공 분야 산업 기반으로 우주 문화 시너지 등 장점이 있으나 범부처 조정 등 국가적 기능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대전은 정부 부처 협력이 유리하지만, 대규모 산업 시설 확장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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