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 생산 DUV 노광장비 수출 영향
올 여름 이전 제재 도입 목표
중국, 기술 자립 박차
전인대서 ‘미국 반도체법’ 맞대응 법안 제정 촉구
서방과 중국의 반도체 전쟁에 불이 붙었다. 네덜란드가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에 동참하면서 연합전선의 화력을 키웠다. 중국은 서방의 공세에 맞서 기술 자립에 사활을 걸고 있다.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네덜란드 정부는 앞서 1월 미국과 합의한 수출 규제와 관련해 처음으로 세부 내용을 공개했다.
리에 슈라이네마허 네덜란드 대외무역·개발협력부 장관은 이날 의회에 제출한 서한에서 “기술 발전과 지정학적 상황을 고려해 국가 안보 필요성에 따라 특정 반도체 생산 장비에 대한 기존 수출 통제 규정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서한은 어느 기업이 영향을 받게 되는지 명시하지 않았지만, 심자외선(DUV) 노광장비 기술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적시했다. 네덜란드에는 세계 최대 반도체 노광장비 업체인 ASML이 있다.
네덜란드 정부는 2019년부터 ASML이 중국에 최첨단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금지했지만, 이전 세대인 DUV 노광장비에 대해선 수출을 허용해왔다. 이번에 DUV까지 제재에 포함시키면서 올여름 이전에 수출 규제를 적용하겠다고 분명히 밝혔다.
미국은 지난해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장비 대국인 네덜란드와 일본의 동참을 압박했다. 올해 1월 마침내 양국으로부터 수출 통제에 동참한다는 약속을 받아 냈다. 그러나 어느 국가도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FT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미국·일본·네덜란드가 합의한 내용이 처음으로 공개됐다고 평가했다.
네덜란드가 움직이면서 중국을 겨냥한 압박도 거세질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은 “일본도 이르면 금주 내로 반도체 장비 수출 정책에 대한 새 조치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서방이 포위망을 좁혀오자 중국은 기술 자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집권 3기 인선과 조직개편에도 그 의지가 고스란히 담겼다. 5일 개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표단에는 반도체 관련 인사들이 전진 배치됐다.
이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쓰촨성 인민정치협상회의 부주석 겸 전국대표인 셰상화는 전인대에 반도체 자립 강화를 위한 제안으로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과 유사한 법률 제정을 촉구했다.
반도체 지원법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목적으로 지난해 8월 발효됐다. 셰상화 부의장은 “새로 제안한 법률을 통해 기술 연구 혁신과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자원을 한곳으로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 진두지휘 하에 첨단 7·5·3 나노미터(nm·10억 분의 1m) 공정 노드와 반도체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현재 해당 프로세스 노드와 소프트웨어는 대부분 미국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미국이 수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중국은 접근 자체가 어려워졌다.
시 주석은 이날 인민해방군과 무장경찰 부대의 전인대 대표단 회의에 참석해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국방 과학, 기술, 산업을 더욱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중국이 외국에 의존할 필요가 없도록 국립 연구소에 국방 기술 연구를 가속화할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