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후반기 정책 어젠다 담겨...법적 구속력은 없어
연 소득 40만 달러 이상, 소득세 37→39.6%로
‘억만장자세’ 도입 방침도
야당 공화당 증세 등 강력히 반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9일(현지시간) 6조9000억 달러(약 9100조 원)에 달하는 2024회계연도(2023년 10월 1일~2024년 9월 30일) 예산안을 발표했다. 부자 증세를 통해 연방정부 적자는 줄이고 복지 정책은 늘린다는 것이 골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이 제시한 2024회계연도 전체 예산안 규모는 전년 대비 8% 증가한 6조8830억 달러다. 국방비는 3.3% 증가한 8864억 달러로 책정됐다. 평시 기준으로 역대 최대 국방예산안이다. 이와 관련해 예산교서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을 이기기 위한 중요한 투자가 담겼다"고 설명했다.
늘어난 예산안 규모는 기업과 고소득자 등에 대한 증세로 상쇄한다는 방침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연간 소득이 40만 달러 이상의 고소득층에 대해 최고 세율과 고령자 공적 의료 보험 '메디케어'의 세율을 끌어올리기로 했다.
연 소득 40만 달러가 넘는 개인에 대한 소득세 최고 세율도 37.0%에서 39.6%로 올리고 이들에 대한 메디케어 세율도 3.8%에서 5.0%로 인상한다. 다만 40만 달러 이하 연소득자에겐 세금을 추가로 올리지 않기로 했다.
고소득층을 우대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의 세제 조치를 폐지하고, 상위 0.01%의 부유층 대상으로 25%의 최저세율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른바 ‘억만장자세’다.
미국에서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사회보장 급여 증가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메디케어를 운영하는 기금도 2028년께 고갈될 것으로 예측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고소득층에 사회적 부담을 늘려 최소 사회보장과 메디케어 혜택을 최소 향후 25년간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당장 1% 세율로 시작한 기업의 자사주 매입에 대한 과세를 4배로 끌어올리는 방안도 이번 예산안에 담겼다. 기업의 법인세율은 21%에서 28%로 늘리는 안이 담겼다.
바이든 대통령은 "내 예산안은 열심히 일하는 미국인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의회 예산국(CBO)의 분석에 따르면 2023회계연도(2022년 10월~2023년 9월)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는 1조4000억 달러였다. 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정도인데, 이 비중은 2033년에는 7%대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대기업과 부유층 증세로 재정 건전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백악관은 이번 증세를 통해 향후 10년간 연방 재정 적자를 3조 달러 가까이 줄일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날 발표된 예산안은 대통령이 미국 연방의회에 향후 정권운영 방침을 전달하는 것이다. 강제력이 없으며 예산안에 담긴 내용을 실현할지는 의회의 판단과 결정에 달렸다. 미국 의회는 올해 1월부터 야당 공화당이 하원의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어 바이든표 예산안이 어디까지 관철될지는 미지수다. 특히 공화당이 증세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예산안이 원안대로 실현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게 미국 언론들의 관측이다.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공화당 지도부와의 공동 성명에서 "무모한 예산안"이라면서 "기록적인 인플레이션과 현재의 부채 위기를 초래한 극좌 지출 정책을 재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미국 정부 부채는 2023년 1월 현행 법정 상한인 약 31조4000억 달러에 달하며, 미국 재무부가 특별 조치를 시행하면서 자금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7~9월에는 해당 자금이 고갈될 전망으로 이 기간이 지나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