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시행 예정… 대한의사협회 “원점에서 재검토 촉구”
최근 서울의 한 성형외과 진료 영상이 유출되면서 의료계에서는 9월 시행 예정인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수술실 내부 폐쇄회로(CC)TV 설치 내용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 등 의료계는 ‘진료실 영상 정보 유출’과 관련해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의료계의 지속적인 지적이 현실화됨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7일 성명을 통해 “의협은 환자의 영상정보를 만드는 순간부터 유출의 위험성이 상존하기 때문에 국민의 프라이버시 보호 차원에서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의료법에 대해 지속적으로 강력 반대해왔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이를 입법화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협은 “국회와 정부는 이번 유출 사고를 계기로 수술실 CCTV 촬영영상의 불법유출에 따른 국민의 피해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지금이라도 수술실 CCTV 설치 강제화의 필요성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의협은 “중요한 것은 극소수 대리 수술 문제의 방지가 아니라 엄청난 양으로 생성될 환자의 민감 정보 보호”라며 “국회가 입법과정에서 이를 간과하고 심지어 수술실 CCTV 설치와 관련한 보안 시스템의 적정운영을 위한 소요예산을 삭감 편성한 데 대해 큰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의협은 추가경정예산을 통해서라도 의료기관에 대한 설치비 등 지원을 늘려 환자의 영상정보가 안전하게 관리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발생 가능한 유출사고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병원협회(이하 병협)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시행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병협은 “정부 및 지자체의 지원은 영상 유출 사고를 막을 수 있는 보안시스템까지 구축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수술실 CCTV 설치·운영과 보안사고 등 관리에 대한 책임소재까지 경제적·법적 책임을 모두 의료기관이 부담하는 불합리한 구조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필수의료 인력 수급 문제도 야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병협은 “현재 임상현장에는 수술의사 수급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는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분야에 젊은 의사들의 지원의지를 떨어뜨려 필수의료 붕괴로 이어질 것이며, 결국 국민건강을 위협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한편, 환자단체 관계자는 해당 사건과 수술실 CCTV 의무화는 별개의 건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IP카메라로 CCTV와는 보안 시스템 자체가 다르다”라며 “법안에 외부 네트워크와 연결되지 않도록 했다. 촬영도 환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번 건과 수술실 CCTV 의무화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고 했다.
수술실 CCTV 관련 법안은 2015년 처음 발의됐다. 2021년 전 세계 최초로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이 통과됐다. 수술실 안에 외부 네트워크와 연결되지 않은 CCTV를 설치·운영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시행까지는 법안 공포 후 2년의 유예기간을 두기로 해서 올해 9월 25일부터 시행된다. 촬영은 환자 요청이 있을 때 녹음 없이 녹화를 진행하며 열람은 수사·재판 관련 공공기관 요청이나 환자와 의료인 쌍방 동의가 있을 때만 할 수 있도록 했다.
의료계의 반발을 고려해 △응급 수술을 시행하는 경우 △위험도 높은 수술을 시행하는 경우 △전공의 수련 등 목적 달성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에서는 의료진이 촬영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예외 조항도 포함됐다. 촬영정보를 유출하거나 훼손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도록 하는 처벌 규정도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