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조사부에 사건 배당…조만간 당사자 소환조사 시작할 듯
일감 몰아주기ㆍ에어플러그 인수 지원해 KT 복귀 보은인사 의혹
KT “구 대표 지급보증 한 바 없어…윤 후보도 인수와 무관” 해명
윤경림 KT 차기 대표이사 후보자를 향한 검찰의 압박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구현모 현 KT 대표와 윤 후보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칼날을 겨누는 모양새다. 오는 31일 열릴 주주총회에서 표결을 통해 대표 선임 여부가 결정 나는데 검찰 수사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시민단체 ‘정의로운 사람들’은 구 대표와 윤 후보를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검찰은 해당 사건을 공정거래조사부에 배당해 수사에 착수했다.
구 대표와 윤 후보는 KT 계열사인 KT텔레캅의 일감을 한 업체에 몰아주고, 이사회를 장악하기 위해 사외이사들에게 부정한 향응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고발장에는 시설관리업체 ‘KDFS’에 대한 KT텔레캅 일감 몰아주기, 구 대표 형 구준모씨에 대한 불법 지원, KT 소유 호텔과 관련된 정치권 결탁, KT 사외이사에 대한 향응과 접대 등 4개 의혹이 포함됐다.
고발 내용 중 윤 후보가 관련이 있는 부분은 구씨에 대해 불법 지원을 했다는 점이다. 윤 후보가 현대차 부사장을 지낼 당시 커넥티드카 솔루션 기업 ‘에어플러그’를 현대차가 인수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는 의혹이다. 이에 구 대표가 윤 후보의 KT복귀 길을 열어주며 ‘보은 인사’를 단행했다는 주장이다. 구 대표는 현대자동차에 지급보증 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이에 따라 검찰은 윤 후보를 소환해 조사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KT 측은 에어플러그 인수를 위해 지급보증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윤 후보가 KT에 재합류한 것도 CJ, 현재차 등의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통신과 모빌리티, 미디어 등 전문성을 인정받아 그룹사 성장을 견인할 적임자로 판단된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대차의 에어플러그 인수 당시 윤 후보는 투자 의사결정과 관련된 부서에 근무하거나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외부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KT 사외이사 후보로 내정됐던 임승태 법무법인 화우 고문이 사외이사 후보직을 고사하며 사외이사를 또 구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임 후보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출신으로 현재 법무법인 화우 고문이다.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과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상임위원 등을 지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상임경제특보를 맡기도 했다.
임 후보가 현재 KDB생명보험 대표로 추천돼있는 상황에서 사외이사직을 겸임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윤경림 KT 대표 후보 선출을 앞두고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꾸준히 제기돼왔던 ‘CEO의 사법 리스크’도 해결해야 하는 숙제다. 구 대표는 정치자금법 위반 및 업무상 횡령 혐의로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이다. 이호계 KT 새노조 사무국장은 “구 대표 체제와의 단절이 아니라 연장을 선택했다는 것은 KT의 CEO 리스크 해소가 아니라 증폭을 의미한다”면서 “앞으로 온갖 사법 리스크와 논란이 난무할 것임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윤 후보자는 리스크 해결을 위해 지배구조 개선에 나선 상태다. ‘지배구조개선TF(가칭)’ 구성을 요청해 지배구조 이슈와 문제들을 과감하게 혁신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소유분산 기업의 건강한 지배구조 구축해 국내 최고 수준의 지배구조 모범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다.
윤 후보는 “논란이 되고 있는 소유분산 기업의 지배구조 이슈와 과거 관행으로 인한 문제들을 과감하게 혁신할 것”이라며 “KT가 국민기업으로서 국내 최고 수준의 지배구조 모범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