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원 강점관점실천연구소장·임상사회사업가
“음, 아버지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흑흑….”
그의 아버지는 대단히 폭력적이셨다. 고등학생 시절, 어느 겨울에 아버지가 분노에 사로잡혀서 그의 방문을 두들겼다. 가만히 있다가는 맞아 죽을지도 모르겠다고 느꼈다. 그래서 창문을 열고 2층에서 뛰어내려 도망갔다. 집에는 며칠 후에 들어갔다.
30년이 지났다.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그는 첫 번째 결혼을 실패한 후 중년이 되고서야 재혼했다. 다행히 새 부인은 전처가 낳은 두 아들과 사이가 좋았다. 문제는 둘째 아들이었다. 아들이 이상하게 아버지를 피하고 말을 안 듣는다고 그가 말했다.
나는 둘째 아들과 따로 만나 대화를 나누어 보았다. 한데, 둘째 아들은 아버지가 문제라고 했다. 아버지가 너무 일방적으로 가족을 통제하려고 하고, 자주 뜬금없이 어머니에게 화를 내서 싫단다. 특히, 자신을 인정하지 않아서 좌절감이 든다고 했다.
명백하게도, 이 가계에는 폭력이 흐르고 있었다. 아버지는 할아버지에게 입었던 폭력이 넌덜머리 나도록 싫어서, 적어도 아들은 때리지 않고 키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드시 때려야만 폭력은 아니다. 본인은 부인해도 아들은 이미 많이 맞았다.
상황이 쉽지는 않았다. 아버지가 보이는 언어적, 정서적 폭력을 미화할 수도 없고, 남남처럼 서로 무시하며 살라고 말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비유적인 이야기로 가족 상담을 풀어나갔다. 비유로 풀면 간접적으로 직면할 수 있으니까.
“말하자면, 아버님은 빨간색 스포츠카와 같습니다. 아주 멋지죠. 그런데 아직 힘 조절을 못 하십니다. 만약 넘치는 힘을 적절하게 조절하는 방법을 배우실 수 있다면, 고속도로를 함께 달리는 옆 차와 조금 더 사이좋게 지내실 수 있겠지요?”
다행히, 이 방법이 먹혔다. 그는 죽어도 닮고 싶지 않았던 아버지와 어느새 닮아 있는 자기 모습을 인정했다. 그리고 진짜로 멋진 스포츠카가 되기 위해서 힘을 빼고 달리는 방법을 조금씩 연습했다. 그리고 화내는 습관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변화하자, (둘째) 아들도 따라서 바뀌었다. 아버지만 문제가 아니라 그 아버지를 빼닮은 본인도 문제였음을 인정했다. 아버지와 아들이 손가락 오그라드는 말을 서슴없이(?!) 시도하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했다: 역시, 안 되는 일 없다.
(※위 사례는 개인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서, 각색한 내용입니다.)
이재원 강점관점실천연구소장·임상사회사업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