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반도체 등 6대 첨단 핵심 산업을 육성하는 내용의 ‘국가첨단산업 육성전략’과 ‘국가첨단산업벨트 조성계획’을 내놓았다. 정부 청사진에 따르면 경기도 용인에 2042년까지 시스템반도체 메가 클러스터가 들어선다. 300조 원의 민간 투자를 기반으로 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클러스터 구축 사업이다. 지방 14개 국가산업단지(국가산단)도 조성된다. 정부는 시스템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바이오, 미래차, 로봇 등 6개 첨단산업을 국가 안보자산으로 육성하기 위해 지역별 특성에 맞춰 적극 지원에 나선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회의에서 “기존 메모리반도체 제조단지와 150개 이상의 국내외 소부장 기업, 판교 팹리스 기업을 연계해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키워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수도권 클러스터를 ‘반도체 대한민국’ 위상을 강화할 전진 기지로 삼겠다는 구상을 명확히 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방의 14개 국가산단과 관련해서는 “우주개발, 미래차, 수소 등 첨단산업을 키울 것”이라면서 “첨단산업 발전은 전체 경제성장과도 직결되지만 지역균형발전과도 직결된다”고 덧붙였다. 14개 산단이 국가적 재도약과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발판이 된다는 뜻이다.
지난해 4분기 기준 47개 국가산단 분양률은 98.2%에 달한다. 기존 산단은 포화 상태에 가까운 것이다. 국가산단의 추가 조성이 절박한 과제인 시점에 새 청사진이 나왔으니 여간 반갑지 않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에서 시사되듯 글로벌 기술 패권 전쟁이 날로 격화하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 기류마저 감지되는 현실도 직시해야 한다. 반도체를 비롯한 전략산업이 미래에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가 종합 처방전을 마련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어제 제시된 청사진을 실현할 재원으론 우선 2026년까지 민간 주도로 550조 원이 투자된다고 한다. 정부는 개발제한구역을 적극 완화하고 범정부 추진지원단을 구성하는 등 적극 지원에 나선다고 한다. 말잔치에 그쳐서는 절대 안 될 일이다.
단순히 메가 클러스터만 구축하고 산단만 조성한다고 해서 기업들이 마음 놓고 뛸 수 있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어제 회의에 참석한 기업인들은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조세 감면, 인프라 지원, 규제 해소를 비롯해 경쟁국에 밀리지 않는 수준의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입을 모아 주문했다고 한다. 정부만이 아니다. 여야 또한 기업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고충과 애로를 덜어줘야 한다.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주체는 결국 기업이란 사실을 거듭 되새길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