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신러닝 기반 펀드도 등장하며 투자 효율성 높여
코로나19 팬데믹 변수 발생...‘밈주식’ 열풍에 저조한 성과
결국 최종 투자 선택은 '인간' 영역
그런데 오픈AI의 챗GPT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월가에도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 등의 첨단 기술을 활용한 투자기법이 또다시 ‘뜨거운 감자’가 됐다. 미국 유명 헤지펀드인 시타델 창업자 켄 그리핀 시타델 창업자는 “(챗GPT가) 이것이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정말 기대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AI 개념이 월가에 처음 등장한 것은 수십 년이 훌쩍 넘는다. 2000년 초반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토대로 시장을 정량적으로 분석해 투자 종목의 단기 등락에 베팅하는 ‘퀀트’ 기법을 그 시작으로 볼 수 있다. 퀀트 기법은 등장 직후 대세로 자리를 잡았다. 르네상스, 투 시그마, 시타델 등 퀀트를 표방하는 헤지펀드가 생겨나기 시작했고, 이들 펀드는 사람인 펀드매니저의 성과를 능가하는 수익률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몸소 입증했다.
이후 알고리즘에 기반을 둔 패시브 인덱스펀드가 크게 성장하면서 효율성을 끌어올리면서 2019년에는 자산규모 기준으로 사람이 직접 운용하는 액티브 펀드를 넘어섰다. 사람의 직관적 투자를 고집했던 전통 펀드들이 수익률 기준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자 이 무렵에는 모든 유명 자산운용사들이 관련 기술을 채택했다. 이 무렵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한 펀드가 나오면서 AI 기술은 개별 주식을 과거 데이터와 비교하고 해당 종목의 상승 모멘텀과 관련한 가설을 세워 분석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이코노미스트들은 AI를 비롯한 첨단 기술이 금융시장의 효율성을 높이고, 투자 관련 비용을 줄이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저변을 확대하는 등 긍정적인 영향을 줬지만, 모든 측면에서 효율성을 개선한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특히 머신러닝의 경우 데이터가 축적돼야 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문제도 있다.
결국 이러한 첨단 기술을 쓰는 것은 사람이다. 억만장자 퀀트 투자자이자 AQR 설립자인 클리프 애즈니스는 “정보를 빨리 얻는 것이 정보를 잘 처리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면서 “사람들은 자기와 반대되는 의견은 듣지 않고, 자신의 판단만 믿는다. 이는 이상한 가격 행동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