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원유시장, 은행위기에 추락…국제유가, 15개월 만에 70달러선 붕괴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 단위 배럴당 달러. 15일(현지시간) 종가 67.61달러. 출처 CNBC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5.2% 떨어진 배럴당 67.61달러(약 8만 8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WTI 가격은 이번 주에만 10% 넘게 떨어졌으며 이날 종가는 2021년 12월 3일 이후 최저가를 기록하게 됐다. 특히 WTI가 배럴당 70달러 선 밑으로 떨어진 것은 약 15개월 만에 처음이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5월물 브렌트유도 4.9% 밀린 배럴당 73.69달러로 집계됐다.

국제유가 급락의 결정적 원인은 은행 부문에 대한 시장의 공포감이다. 고금리 기조에 SVB과 시그니처은행 등 중소은행의 잇따른 파산으로 미국 은행 시스템에 대한 리스크가 부각한 지 얼마 안 돼 스위스 대형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가 휘청거리자 시장의 불안감이 증폭됐다.

글로벌 금융권 위기가 경기 침체로 이어져 원유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원유시장 전반으로 퍼졌다. 불과 지난주까지만 해도 원유 시장에서는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등 경기 회복에 국제유가가 연말 배럴당 1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는데 분위기가 정반대로 바뀐 것이다.

데니 카슬러 BOK파이낸셜 트레이딩 수석 부사장은 “헤지펀드의 포지션 청산이 많이 이뤄졌다”면서 “금융 부문의 불안이 에너지 쪽으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커머디티콘텍스트 대표인 로리 존스턴은 “그간 시장이 유가 강세 편향을 보였고, 지난주 아무도 유럽은행 위기를 이야기하지 않았다”면서 “이제 시장의 모든 관심은 CS에 쏠려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실질적인 원유 수요 회복이 부진하다는 국제에너지기구(IEA) 보고서까지 나오면서 유가 하락을 부채질했다. 이날 IEA는 보고서에서 “글로벌 원유 재고가 1월 5290만 배럴 증가해 18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면서 “이는 글로벌 수요가 아직도 부진하다는 것을 가르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지나친 ‘패닉셀’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씨티그룹의 에드 모스 원자재 리서치 글로벌 책임자는 “매도세가 과잉 조정으로 바뀐 것”이라면서 “공급의 급증이나 대규모 수요 감소를 보여 주는 어떠한 것도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