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높아진 인건비 여파
영업익 추락에 대규모 감원 러시
네이버ㆍ카카오 등 국내 IT기업도
채용 규모 지난해보다 대폭 줄여
글로벌 빅테크를 중심으로 경기침체 우려와 경영 불확실성이 겹치며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국내 IT업계에서도 채용문을 굳게 걸어 잠그는 모습이다. 올해 채용 계획을 축소하거나, 계획 자체를 수립하지 않으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16일 IT업계에 따르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모기업인 메타는 1만 명을 추가로 감원하는 방침을 세웠다. 앞서 메타는 지난해 11월 1만1000명을 감원한 지 4개월만에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서며 몸집을 줄이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를 통해 메타는 4개월 만에 전 직원의 25% 가량을 구조조정으로 내보내게 됐다.
메타 뿐만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도 올해 초 직원을 1만 명 줄이며 대규모 감원에 나섰다. 한국MS 역시 지난달부터 직원들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하며 직원 정리에 나섰다. 구글코리아도 일부 직원을 감원하기로 결정하고 권고사직을 통보하고 있다. 모두 글로벌 본사의 대규모 감원 기조에 따라 한국 지사에도 그 여파가 미치는 모습이다.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국내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네이버는 북미 자회사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 직원 267명 중 42명을 내보내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카카오는 북미 자회사 타파스엔터테인먼트 한국법인인 타파스코리아의 청산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남경보 왓패드 대표는 “최근 2년 동안 100명에 가까운 새로운 사람을 채용했다”며 “이제는 우리가 현재의 사업적 필요와 현실에 기반해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분명하다”고 감원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글로벌 IT 시장에서 인력을 줄이고 있는 것은 코로나19 기간 동안 폭발적으로 늘어난 인건비 때문이다. 인건비가 영업이익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거론되는 만큼, 인력을 줄여 경영효율화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1~2년 사이에 임직원들의 높아진 인건비가 부메랑으로 돌아와 주요 IT업체들이 모두 실적 하락을 겪기도 했다.
이에 국내 IT업계에서는 신규 채용문을 닫고 내부 인력 순환을 통해 경영효율화에 나섰다. 신규 채용은 최소한으로 하되, 꼭 필요한 인력을 중심으로 재배치 기조를 보이고 있다. 국내 근로기준법상 대규모 인력 정리해소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신규인력 유입을 줄이고 수익성을 개선한다는 움직임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지난해 각각 500명 이상의 신규 인력을 채용하며 몸집을 늘렸지만 채용 규모를 대폭 줄였다. 특히 카카오는 지난달 경력 개발자 수시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들을 일괄 탈락 처리할 정도다. 네이버의 경우 계열사 중 네이버클라우드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계열사에서 인력을 거의 뽑지 않고 있다. 다만 지난해 채용규모가 워낙 컸어서 올해 채용이 축소된 것처럼 보일 뿐, 예년과 비교하면 비슷한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직자들은 닫힌 채용한파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불과 1~2년 전까지만 해도 ‘부르는게 값’이었던 개발자들에 대한 요구가 전환돼서다. 몸값을 높이며 승승장구하던 개발자들은 커리어가 중단됐다며 초조한 모습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IT기업들이 채용에 소극적인 모습은 과거 경쟁하다시피 인력을 늘리며 몸집을 키울 때부터 충분히 예견됐던 사태”라며 “경기침체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IT업계 채용 한파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