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자대위권’ 예외적 허용” 전합 인용…보험사, 의사에 패소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인되지 않은 진료를 했더라도 환자에게 실손의료보험금을 지급한 보험사는 해당 진료를 한 의사로부터 지급보험금 상당의 돈을 돌려받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현대해상보험이 의사 A 씨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 반환 청구를 각하하고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9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A 씨는 2014~2019년 현대해상의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한 환자들에게 침이 달린 장비로 유방 양성 종양을 흡입해 제거하는 ‘맘모톰’ 시술을 하고 진료비로 총 8300여만 원을 받았다. 현대해상은 환자들에게 8000만 원 가량의 보험금을 지급했다.
현대해상은 맘모톰 시술이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인되지 않아 진료비 청구가 제한되는 ‘임의 비급여 진료’이고 A 씨의 시술이 국민건강보험법 관련 규정을 위반해 무효라며 2019년 소송을 냈다.
현대해상은 재판에서 A 씨가 받은 진료비가 부당이득금이라고 주장하며 가입자들에게 지급한 보험금을 A 씨가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약 부당이득금이 아니라면 A 씨가 부당한 진료로 보험사에 손해를 가한 만큼 같은 액수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1·2심 모두 보험사가 의사에게 부당이득금을 청구할 수 없다고 보고 이에 관한 청구는 각하하고, 의사가 보험사에 지켜야 할 의무가 없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했다.
대법원 역시 “피보험자(보험 가입자)가 자력이 있는 때는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며 현대해상 측 상고를 기각했다.
이는 지난해 8월 같은 쟁점의 사건에서 원고 일부 승소 취지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각하 취지로 사건을 환송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를 인용한 것이다.
전합은 당시 사건에서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보험사가 환자를 대신해 병원에 직접 진료비 반환을 요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병원의 위법한 진료로 인해 환자가 진료비를 돌려받을 권리가 있더라도 그 권리를 행사할지는 환자의 의사에 달렸다는 취지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