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고립 러 측면 지원
평화중재자 이미지도 부각
푸틴, 이미지 물타기 절호의 기회
무기 지원 시 나토와 대리전 양상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처음으로 러시아를 국빈 방문한다. 서방의 대러 제재와 전황 교착 상태로 수세에 몰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다. 중국은 이번 방문을 통해 중·러 밀착을 과시하는 동시에 전 세계에 ‘평화중재자’ 이미지 부각을 노리고 있다. 회담 결과에 따라 전쟁 및 서방과의 갈등 양상도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시 주석은 이날 사흘간의 일정으로 러시아를 국빈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비공식 만남을 가진다. 이날 저녁 만찬, 21일에는 공식 회담이 예정돼 있다.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시 주석이 러시아를 직접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 주석의 이번 방문은 서방의 강력한 대러 제재로 글로벌 사회에서 고립된 러시아를 측면 지원하는 성격이 강하다. 우크라이나 전쟁 출구가 보이지 않는 데다가 국제형사재판소의 전쟁범죄 혐의 체포영장 발부로 수배까지 된 푸틴 대통령으로서는 이미지를 물타기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푸틴은 시 주석 방문을 하루 앞두고 중국 인민일보 기고문을 통해 “우크라이나 상황과 관련해 배경과 원인을 이해하려는 중국의 균형 잡힌 노선에 감사하다”며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중국의 건설적인 노력을 환영한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우선 중국이 러시아 경제에 얼마나 숨통을 틔워줄지에 관심이 쏠린다. 양측은 이번 방문의 목적이 양국 관계와 경제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며칠 전, 중국과 러시아는 “양국 파트너십에 제한이 없다”며 “관계가 새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선언했다. 전쟁 이후 서방의 압박이 심해지자 중국은 몸을 사리면서도 러시아 편들기를 이어왔다. 러시아의 침공을 비난하지 않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위협이 러시아를 자극했다며 화살을 돌렸다.
중국은 특히 러시아 원유 최대 수입국으로서 유럽의 빈자리를 메우며 전쟁 자금줄 역할을 했다. 중국과 러시아 간 교역량은 지난해 34.3% 증가한 1조2800억 위안(약 244조 원)으로 나타났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알렉산더 가브에프 선임 연구원은 “중국은 지금이 러시아에 영향력을 확대할 매우 중요한 순간임을 알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이 러시아와 밀착을 과시하면서도 ‘레드라인’을 고민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푸틴과의 협력 강화에 따른 잠재적 비용을 따져볼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서 손익계산서를 두들겨 볼 것이란 의미다. 중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 폐기 후 경기부양을 위해 유럽과 무역을 늘리고 있다.
서방은 중국이 러시아의 무기 공급 요청에 응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중국이 러시아에 살상용 무기를 지원할 경우, 상황은 완전히 다르게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나토의 대리전에 중국이 개입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어서다.
중국은 무기 공급 가능성에 선을 긋고 ‘평화중재자’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 전문가인 알렉세이 치가다예프 전 국립고등경제대학(HSE) 강사는 “시 주석은 러시아 방문을 통해 국제분쟁을 중재할 수 있으며 신뢰할 만한 파트너임을 세계에 보여주려 한다”고 평가했다.
앞서 중국은 지난달 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을 맞아 12개 조항으로 이뤄진 러시아-우크라이나 평화안을 발표했다.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과 회담 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도 화상 회의를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