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호 재개 이후 국내게임 11종 허가
폐쇄 정책을 펼치던 중국이 연달아 대규모 외자 판호를 발급하면서 게임에 대한 인식 변화가 확실시됐다. 한중간 외교 관계는 미묘한 갈등이 이어지고 있지만, 게임산업의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은 완화된 것으로 관측된다.
◇재개 후 국내 게임 11종 중국 진출 허가…‘서브컬쳐’ 강세=중국은 지난해 12월 88개의 외자 판호를 발급하면서 폐쇄 정책의 종료를 알린 뒤 이날 27개를 추가 발급해 쐐기를 박았다. 중국이 분석한 자국 게임 시장의 매출은 지난해 2658억8400만 위안(약 50조 6322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33% 감소했다. 약 5조 원 가까운 역성장을 기록하면서 중국 정부가 시장 개방으로 정책을 전환했다는 분석이 많다.
특히 업계는 한국에 대한 제재가 완화된 것을 가장 환영하고 있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로 갈등을 겪으면서 중국은 국내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을 2020년 1건, 2021년 2건으로 크게 줄였다. 이전까지는 매년 10여 개의 국내 게임이 중국에 서비스할 수 있었다. 판호 발급이 재개되면서 총 11종의 게임이 중국 진출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중국이 서브컬쳐 게임에 판호를 내준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12월 판호 발급 당시 ‘제2의 나라’, ‘에픽세븐’, ‘그랑사가’ 등 서브컬쳐 게임이 중국 내 서비스 허가를 받았다. 이번에는 ‘블루 아카이브’와 ‘쿠키런’ 등 절반이 서브컬쳐 게임이다. 국내 게임 외에도 일본의 ‘우마무스메’도 판호 발급 대상에 포함됐다.
국내에서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출시 비중이 높지만 중국에서는 중국 게임인 ‘원신’의 유행과 함께 캐릭터를 앞세운 서브컬쳐 게임이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지난해 중국 내 서브컬쳐 게임 매출 비중은 10% 수준으로 늘었다. 판호 발급과 함께 서브컬쳐 게임 개발 역량을 키워가고 있는 국내 게임사들의 무대가 넓어졌다는 의미다.
특히 넥슨게임즈의 ‘블루 아카이브’는 서브컬쳐의 원류로 평가되는 일본에서도 호응을 얻어 중국에서도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데브시스터즈의 ‘쿠키런’은 캐주얼적인 요소로 여성 게이머 등의 매출 수요를 끌어올 것으로 기대된다.
◇판호 발급 대기 수천 개…차기 판호발급 유력 게임은=국내 게임업계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사실상 한국산 게임에 대한 제재를 해제한 것으로 또 다른 게임들이 중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는 기회를 얻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중국 판호 발급을 기다리고 있는 국산 게임이 수천 종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2017년 이후 판호발급이 중단된 이후 국내에서는 꾸준하게 다양한 게임들이 출시되며, 수출을 모색하고 있어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확한 수치는 알려진 바가 없지만 거의 모든 게임이 중국 판호 발급을 기다리고 있다”며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만 하면 수익이 보장되는 만큼 수천 개의 게임이 판호 발급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2017년 이후 지금까지 14종의 외자판호가 발급되면서 이후 판호발급 게임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에 이어 무더기로 판호가 발급되면서 중국 빗장이 풀린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위메이드의 ‘미르4’와 ‘미르M’을 차기 판호발급 1순위로 꼽는다. 중국에서 이미 ‘미르의전설2’가 성공적으로 안착해 인지도가 높은 만큼, 동일 IP를 활용한 게임이 흥행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위메이드 역시 외자판호 발급에 대비해 이미 중국 시장 퍼블리싱 및 출시 등 준비를 하고 있다.
네오위즈의 ‘고양이와 스프’, ‘P의 거짓’도 판호 발급 유력 후보다. 고양이와 스프는 지난해 출시 후 글로벌 누적 다운로드 3500만 건을 돌파하며 한국 게임 최초로 넷플릭스에 입점하기도 했다. 웹보드게임 규제 완화 수혜까지 입으며 네오위즈의 매출을 견인했다. 올해 8월 출시를 앞두고 있는 P의 거짓은 지난해 세계 3대 게임쇼 중 하나인 ‘게임스컴2022’에서 3관왕에 오르며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다.
이외에도 ‘검은사막 모바일’의 판호를 보유하고 있는 펄어비스는 ‘검은사막 온라인’이, ‘서머너즈 워’ 판호를 받은 컴투스는 ‘서머너즈워:크로티클’이 판호발급 가능성이 남아있다. 글로벌 시장에 ‘리니지’ 시리즈를 서비스하고 있는 엔씨소프트나 ‘뮤’ IP를 보유하고 있는 웹젠 역시 판호 발급 가능성이 높은 업체로 꼽힌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판호 발급이 본격적으로 재개되면 그동안 신청을 해놓고 대기하고 있던 게임들에 대한 판호 발급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글로벌 시장 진출도 본격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만큼 중국 게임 시장에만 의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준 정수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