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하반기부터 지속된 반도체 시장 빙하기로 우리나라 수출 최선봉장에 섰던 ‘K-반도체’가 흔들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6만 원을 회복하는가 싶더니 이달 들어선 5만 원대로 다시 주저 앉았다. SK하이닉스도 9만 원대에서 버티지 못하고 이제는 8만 원대도 위험한 상황이다.
올해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글로벌 긴축기조가 계속되는 데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까지 터지면서 시장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에 반도체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최근 메모리 가격이 급락하는 상황에서 ‘적자의 골짜기’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2일 증권사들이 예상하는 올해 삼성전자 컨센서스는 매출액 272조9818억 원, 영업이익은 16조3556억 원이다. 특히 반도체를 담당하는 DS 부문은 매출액 70조 원대, 영업수익은 5000억 원대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특히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주당순이익(EPS)은 지난해 8057원에서 올해 2204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부침을 겪었던 2019년(3166원), 2020년(3841원)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다.
상장사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인 PER은 지난해 6.86배에서 27.23배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 PER은 기업이 벌어들이는 돈에 비해 주가가 얼마나 높은가를 보여주는 지표다. 영업이익이 떨어지는 만큼 PER이 급격하게 올라 갈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기업이 보유한 순자산에 비해 주가가 얼마나 높은지를 나타내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14로 예상된다.
경쟁상대인 TSMC는 같은기간 매출액 756억9300만달러(99조 2335억 원), 순이익은 281억1800만달러(36조8626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른 EPS는 5.53달러(7244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삼성전자 예상치의 3배가 넘는 수치다. 지난해(8606원)보다는 하락한다는 전망이지만 안좋은 반도체 업황과 삼성전자 하락률과 비교하면 양호한 수준이다.
PER은 13.5배 수준으로 지난해 11.13배 보다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해 삼성전자보다 TSMC의 영업이익이 훨씬 견고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삼성전자 보다 실적대비 주가수준도 높지 않다고도 분석할 수 있다.
앞서 삼성전자와 TSMC에 비해 SK하이닉스는 심각한 수준이다. SK하이닉스의 올해 컨센서스는 매출액 25조1279억 원, 영업손실은 8조186억 원이다. EPS는 적자전환으로 마이너스(–)9512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PBR은 1.04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PER는 적자로 계산이 불가하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반도체 시장 규모가 전년(6180억 달러)보다 16.2% 감소한 5960억 달러로 3.6%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도 올해 글로벌 반도체 판매가 5565억 달러(약 691조3400억 원)로 지난해에 비해 4.1%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