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혹한기 생존법] 혹한기에 투자한 박형수ㆍ전아람 심사역 “자기 자신부터 설득해야 투자자도 납득”

입력 2023-03-22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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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혹한기다. 공격적인 투자와 전례없는 성장으로 활황을 누리던 벤처ㆍ스타트업계가 경기 침체로 인해 투자 열기 위축에 위기감이 팽배하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까지 가세하면서 한파가 장기화 될까 공포감마저 스며들고 있다. 지금, 이 위기를 바라보는 벤처ㆍ스타트업 대표들의 경영 철학과 파고를 뚫고 살아남기 위한 각자의 생존 전략, 엑셀러레이터(ACㆍ창업기획자)가 말하는 투자 유치 전략을 들어본다.<편집자주>

▲박형수 퓨처플레이 책임 심사역 (사진제공=퓨처플레이)
▲전아람 퓨처플레이 책임 심사역 (사진제공=퓨처플레이)

초기 투자를 할 때 무엇을 보느냐고 많이 묻습니다. 사실 무엇을 ‘특정’해서 보지 않아요. 답은 없습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사업의 기회’와 여기에 접근하는 방식과 가설이 설득력 있으면 투자합니다.

성장 가능성을 본 스타트업은 대개 자신의 문제 해결법에 스스로 설득이 잘 돼 있었습니다. 설득이 돼야 좋은 팀원도 데려오고 투자자도 납득시킬 수 있습니다.

22일 본지와 만난 퓨처플레이의 박형수 책임심사역과 전아람 책임심사역은 혹한기에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들은 공통적으로 ‘설득력’이 있었다고 말했다.

박형수 심사역은 ‘뼛속부터 스타트업’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업계에 오래 몸담았다. 2012년에 스타트업 창업을 시작으로 계속 업계에 몸담다가 지난해 1월 심사역으로 퓨처플레이에서 일을 시작했다.

이후 7개 기업의 투자 심사에 참여했고, 그중 관여도가 높았던 기업은 3개다. 박 심사역은 가장 기억에 남는 곳으로 메타버스 콘텐츠 스튜디오 ‘벌스워크’와 B2B SaaS회사인 ‘하이퍼라운지’를 꼽았다.

박 심사역은 ‘설득력’이 있었기 때문에 벌스워크에 투자했다고 말한다. 메타버스에 대한 기업 스스로의 정의가 있었고 이를 납득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메타버스는 가상현실(VR)로 인식되지만 벌스워크는 유튜브·제페토 등 채널에서 이뤄지는 ‘부캐’의 활동으로 본다.

그는 “정량화된 수치가 필요하다고는 하지만 이제 가설을 가지고 시작하는 팀에게 어떻게 정량화된 결과를 바라겠냐”면서 “정량화된 사고를 하길 바라는 것이고 그런 기업에 투자한다”고 덧붙였다.

7년간 현대모비스에서 일하다 지난해 5월 퓨처플레이에서 심사역으로 일을 시작한 전아람 심사역 역시 설득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전에 몸담았던 회사에서 스타트업과 협업하며 ‘정말 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의 에너지’에 반해 스타트업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전 심사역은 작년 5월 이후 5~6개 회사에 팀으로 같이 투자했다. 그 중 ‘플라나’와 ‘클라우드 스톤’을 가장 인상 깊은 팀으로 선정했다. 그는 두 회사의 공통점으로 ‘기업이 지향하는 본질적인 가치가 인류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꼽았다.

도심항공교통(UAM)을 위한 비행기를 만드는 ‘플라나’는 지난해 10월 퓨처플레이를 비롯한 8개 투자사로부터 118억 원 규모의 Pre-A 투자를 받았다. 전 심사역은 “도심 내 교통을 비행기로 연결한다는 아이디어와 구현하는 기술은 분명 참신하지만 ‘이런 시대가 진짜로 오는가’의 문제로 인해 투자 결정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플랜 B가 없음’에 이끌렸다고 했다. 플라나가 공략하는 분야는 하나의 기술만 보고 달려도 성공한다고 장담하기 어려운 전문성이 높은 분야여서다.

현재 대학가에서 대량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클라우드 스톤’ 역시 비슷한 사례다. 해당 업체는 수학적으로 최적의 경로를 찾아 배달하는 기술에 꽂혀있다. 이를 위해서는 한 시간 전에 주문 완료가 된 건에 한해 출발지와 목적지를 같게 한 후 승용차를 이용해 배송해야 한다.

클라우드 스톤이 궁극적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자율주행자동차와 배달로봇이 활성화된 때다. 기술 발달로 출발지부터 목적지까지 자율주행자동차가 물건을 옮기고, 이용자 개별에게는 배달로봇이 움직인다면 효율성과 속도는 올라간다는 게 클라우드 스톤의 입장이다.

전 심사역은 이들이 당장의 수익을 위해 아파트·빌라 등지에서 집 앞 배송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 좋았다고 말한다. 수학적 맥락에서 배송 최적화 기술이 본질인 만큼 이것을 건드리지 않고 미래를 염두에 두고 간다는 점에서 투자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혹한기를 어떻게 이겨내야 하냐’는 질문에 박 심사역은 “혹한기가 아니다”라고 단호히 답했다. 그는 “분위기가 바뀐 것은 맞지만 투자가 특별히 어려워진 게 아니다”라며 “몇 년간 붐이 일면서 스타트업을 경험한 인재가 많아졌기 때문에 창업하기는 오히려 좋아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투자 유치가 안 되는 것보다 인재 유치가 안 되는 것이 더 큰 고민이 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인재는 자신의 인생을 거는 것인 만큼 투자자보다 깐깐하게 회사를 본다. 이들 눈에 들지 못한다면 사업 자체를 검토해봐야 한다고도 했다.

전 심사역은 “꿈의 크기만큼 투자금을 받는 때는 지났다”며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초기 스타트업은 계속해서 가설을 실험하고 바꿔나가는 과정에 있는데 그 가설마저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면 무의미한 일만 계속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혹한기에 성장하는 스타트업은 필요 없는 데 자금을 쓰지 않아 밀도 있는 성장을 한다”면서 “혹한기에는 불필요한 경쟁자도 없는 만큼 작게 시작하더라도 효율적으로 클 수 있어 좋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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