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관련 규제 불확실성 상대적 적고, 업계 친화적”
가상자산(가상화폐) 업체들이 최근 스위스 은행으로 몰려들고 있다고 21일(현지시간) CNBC가 보도했다. 가상자산을 취급했던 미국 실버게이트캐피털과 시그니처은행이 파산하자 상대적으로 가상자산 산업에 우호적인 스위스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CNBC는 업계 관계자들을 인용해 최근 스위스 은행에 가상자산 관련 업체들의 서비스 관련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디지털 자산 관련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는 스위스 은행 시그넘( Sygnum) 관계자는 "최근 몇 주 사이 은행 업계 이슈가 이어진 가운데 해외에서 다양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신뢰할 수 있는 스위스 파트너와 함께 가상자산 투자를 다각화하려는 투자자, 자산관리업체, 블록체인 프로젝트 업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스위스 은행 관계자는 "미국 고객들로부터 더 많은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의하는 업체들은 주로 가상자산 관련 헤지펀드와 벤처캐피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가상자산 관련 업체들은 전통 은행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웠다. 기존 은행들이 규제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에서 가상자산 취급을 꺼렸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가상자산이나 블록체인 관련 업체들은 가상자산 전문 은행 서비스에만 의존해야 했다.
하지만 미국에서 가상자산을 취급했던 대출기관인 실버게이트와 시그니처은행이 연이어 파산하자 기업들이 아예 스위스 은행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CNBC는 "크레디트스위스(CS) 사태로 '안정적인 금융허브'라는 스위스 은행권의 명성에 타격이 갔지만, 스위스 은행에 대한 가상자산 업체들의 관심을 단념시키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들 가상화폐 관련 기업들이 스위스 은행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가상자산 규제의 불확실성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스위스는 2021년 블록체인 관련 기업에 대한 규제를 도입하고, 수도 취리히 인근 지역에 이른바 '크립토 밸리'라는 단지를 조성했다.
스위스의 한 가상업체 관계자는 "스위스가 (다른 나라에 비해) 더 안정적"이라면서 "규제가 무엇인지 더 확실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스위스 민간은행 고문은 "기업들이 가상자산 규제에 있어서 '더 안전한 관할권'을 찾아 스위스로 오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