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현 (재)부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전력 자급률 서울 8.9%, 경기 61%
한국전력의 ‘2022년 지역별 전력 발전량 및 판매량 현황’을 살펴보면 부산, 충남, 인천 등 6개 시도는 전국 전력의 65.9%를 만들어내고 지역 내에서는 35.4%만 사용했지만, 서울, 경기는 15.2%만 생산하고 34.6%나 소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부산의 경우 4만6579GWh(7.8%)를 생산해 지역에서 2만1494GWh(3.9%)를 소비했고, 충남은 10만7812GWh(18.1%)를 만들어 5만0260GWh(9.2%)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량의 절반가량만 같은 지역에서 소비한 것이다. 반면 서울은 4337GWh(0.7%)를 생산했지만 4만8789GWh(8.9%)가 판매돼 생산량 대비 판매가 12배에 달한다. 경기는 8만5778GWh(14.4%)를 만들었지만 14만531GWh(25.6%)나 사용해 생산 대비 판매가 164%를 넘었다.
이 같은 불균형은 전력자급률에서도 잘 드러난다. 지난해 시도별 전력자급률은 부산이 216.7%로 1위였다. 그 뒤를 충남(214.5%) 인천(212.8%) 경북(201.4%) 강원(195.5%) 전남(171.3%) 등이 이었다. 그러나 서울은 고작 8.9%, 경기는 61.0%에 그쳤다. 전력자급률이 100보다 낮으면 다른 지역에서 수급받는 전력량이 많고, 높으면 그 반대의 상황이 되는 것이다.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가 밀집한 인천은 지난해 발전량과 판매 전력량이 각각 5만4283GWh와 2만5507GWh로 집계돼 전력자급률은 212.8%이다. 전국 17개 시도 중 전력자급률 3위를 기록할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그런데 그 내막을 살펴보면, 발전량이 2021년(6만506GWh)보다 10.3%나 줄어들었다. 2021년에 전국 1위였던 전력자급률도 243.0%에서 212.8%로 30.2%포인트나 급감했다. 이러한 결과는 지난해 부산이 ‘원전 가동 확대’라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발전량을 늘려 수도권의 소비량을 감당함으로써 나타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우리나라 발전시설은 대부분 해안을 따라 입지하고 있다. 원자력 발전소는 냉각수가 필요하고 화력발전소는 유연탄을 수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부산, 울산, 경북, 전남에는 원자력 발전소가, 충남과 강원에는 화력발전소가 밀집해 있다. 이들 지역은 환경적·사회적 위험과 비용 부담을 안고 전기를 생산하는 반면, 최대 소비처인 대기업과 공장은 수도권에 몰려 있기 때문에 기형적인 공급과 수요의 차이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불균형 현상은 앞으로 더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원전 확대 정책이 본격화된 가운데 수도권 집중화 역시 갈수록 극심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최근 지역에 따라 전기요금을 달리 부과해야 한다는 국회 보고서가 나와 시선을 끌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전기요금의 지역별 차등제 도입과 관련한 검토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사용자 부담 원칙에 따라 전력 소비량이 많은 수도권이 발전소가 있는 지역보다 전기요금을 많이 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전기는 필수공공재여서 국민 공감대가 있어야 하고 발전소 주변지 이중 혜택을 해소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기는 했지만, 현행 전기료 부과 체계의 불합리성을 지적하고 비수도권 요구에 공감한 점은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용자 부담·균형발전 측면 도입 필요
차등전기요금제는 국토균형발전 측면에서도 도입이 필요하다. 전기 생산지의 전기료가 싸면 비용 절감을 위한 기업 유치에도 유리할 수 있고 지역 중소기업에도 도움이 된다. 이로 인해 일자리가 늘어나면 청년들도 지역에 정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차등요금제는 쉽지 않은 문제임이 분명하다. 그동안 수차례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지만, 수도권 주민들을 의식해 무산되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국회도 원전 소재지와 수도권 간 전기요금을 다르게 책정하도록 의무화하는 입법에 본격적으로 돌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