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T&G는 10일 주주총회소집공고에서 사외이사 선임 건인 제7호와 제8호 안건에 대해 집중투표제를 진행한다고 공시했다. 또 전자투표 방식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경우 예탁원을 통해서 하도록 안내했다.
FCP의 주장을 두고 KT&G와 예탁원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KT&G 측은 “예탁원이 외국인 투자자의 전자적 의결권 대리 행사를 전담하고 있다”며 “회사는 그 과정에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예탁원은 “(해외 투자자의) 상임 대리인과 의결권 관련 위탁 업무를 계약할 때 집중투표와 관련한 부분은 서비스 계약 범위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예탁원을 통하지 않고 상임 대리인을 통해 집중투표를 하면 된다고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FCP 관계자는 “KT&G가 주총에 집중투표제로 안건을 올리면서 예탁원과 제대로 협의가 안 돼 있었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공시와 보도자료 등을 통해 주주들에게 상황을 명확히 알려야 할 의무가 있는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을 보면 주총 준비가 안 돼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상임대리인을 통해 집중투표를 하려고 해도 법 체계상 위임장 원본을 우편으로 보내는 과정에서 제시간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어 상임 대리인을 통한 집중투표도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번에 임기가 끝나는 KT&G 사외이사는 총 2명이다. KT&G 측은 김명철 전 신한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고윤성 한국외대 교수·임일순 전 홈플러스 대표이사를 추천했고, FCP는 차석용 전 LG생활건강 대표·황우진 전 푸르덴셜생명보험 대표를 추천했다. 안다자산운용은 이수형 변호사·김도린 전 루이비통코리아 전무 ·박재환 중앙대 교수를 후보에 올렸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도 엇갈린 의견을 내고 있어 일반 주주들의 표심이 주총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특히 KT&G의 외국인 지분율은 44.31%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의결권 행사가 제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용진 의원실 관계자는 “외국인 주주든 국내 주주든 모든 주주는 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 부분에 대해 예탁원과 기업 이사회 등이 주주가 권리를 온전하게 행사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KT&G는 회사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예탁결제원의 시스템 문제라고 해명했다.
KT&G측은 “해외투자자들의 집중투표를 의도적으로 막고 있다는 플래시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면서 “이는 예탁결제원의 시스템 문제로 회사는 이사실을 국내 상임대리인과 해외주주들에게 통보하고 영문으로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아울러 회사는 대전지법에서 선임된 주총 검사인, FCP 법률대리인과 성실히 협의해 해외투자자 주주권 보호를 위해 최선의 노력과 협조를 다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예탁결제원도 시스템 구축을 계획 중이다.
예탁원측은 “6호 안건 결과에 따라 선임 수가 달라지는 비정형 투표라 상임 대리인이 직접 주총에 가서 투표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향후 집중투표제가 많아지면 관련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