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S 프리미엄 급등·주가 폭락
미국 상업용 부동산, 다음 위기 뇌관으로 꼽혀
도이체방크 CRE 대출의 절반이 미국
전문가들 “CS와 상황 달라, 수익성·유동성 강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5일(현지시간) 도이체방크가 현재 위태로운 미국 상업용 부동산(CRE)에 대한 익스포저(위험 노출액)가 상당하고 파생상품도 많이 보유하고 있어 시장의 우려를 자아냈지만, 전문가 대부분은 붕괴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도이체방크 5년물 은행채에 대한 CDS 프리미엄은 전날 장중 215bp(1bp=0.01%포인트)까지 치솟았다. CDS 프리미엄이 높아졌다는 건 부도 위험이 커져 수수료가 불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소식에 도이체방크 주가는 프랑크푸르트증시에서 한때 15% 가까이 폭락했다가 이후 낙폭을 줄여 8.5% 하락한 8.54유로에 마감했다.
고금리와 경기침체 불안으로 미국 CRE 시장이 새로운 금융위기 뇌관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 파산으로 위기에 몰린 미국 중소은행들이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상당 부분을 들고 있는데 도이체방크의 익스포저도 만만치 않아 투자자들의 패닉을 불러 일으켰다고 FT는 설명했다.
JP모건체이스에 따르면 도이체방크 전체 대출의 약 7%를 차지하는 CRE에서 미국시장 비중은 절반 이상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도이체방크가 무너질 가능성을 작게 보고 있다. 얼라이언스번스타인 자회사인 오토노머스의 스튜어트 그레이엄 투자전략가는 보고서에서 “도이체방크는 강력한 자본과 유동성을 갖고 있다”며 “우린 도이체방크의 생존 가능성이나 자산에 대해 우려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타격을 입은 CS와 달리 도이체방크는 확고한 수익성을 갖고 있다. 유형자산 장부가치는 올해 7.1%에서 2025년 8.5%로 상승할 것”이라며 “명확하게 말하자면 도이체방크는 다음 CS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JP모건 역시 도이체방크가 CS와 다른 길을 걸을 것으로 내다봤다. JP모건은 “CS 붕괴는 경영진 신뢰를 잠식한 거버넌스 실패와 CS 개편 계획을 방해하는 시장 상황, SVB 파산 이후 시선이 집중된 유동성 위험 때문”이라며 “도이체방크는 일련의 상황과는 다르다”고 분석했다.
도이체방크를 둘러싼 우려가 실제 상황보다는 시장의 섣부른 판단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씨티그룹의 앤드루 쿰스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도이체방크에 대한 우려는 주가 폭락을 설명할 만큼 충분히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며 “오히려 우린 이것을 비합리적인 시장 때문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더 우려되는 건 부정적인 시선이 걷잡을 수 없이 퍼져 나가 자기충족적 예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렌버그의 울리히 어반 리서치 대표 역시 “투자자들은 어떤 은행이 다음 문제 대상이 될지 추측하려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CRE에 눈에 띄게 노출된 은행이 그렇다”며 “문제는 그것이 자기충족적 예언이 될 수 있고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은행 위험도 커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