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기회]①늘어나는 부실기업...불황 때 열린 구조조정 속 M&A 큰장 선다
“국내기업의 해외 진출이나 혁신과 성장을 효과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국경 간 M&A와 중소·벤처기업과 같은 핵심 분야에 대한 전략적 지원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로 금융시장이 출렁이자 기업들은 다가올 후폭풍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현실화하고 시장금리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시장에 신용리스크 공포까지 겹치면 기업들은 자금 조달 비용이 늘고, 돈을 구하기도 어려워진다.
사업 구조조정도 늦어져 한계기업만 양산할 수 있다. 조달금리 상승과 인수 금리 부담이 커진 대기업들도 인수합병(M&A)에 적극적으로 나서려 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27일 본지 취재 결과, 현재 감사 의견 거절 등을 받아 상장폐지 위험에 놓인 기업들은 21곳이다. 투자주의환기종목 지정과 함께 관리종목 지정까지 받은 기업도 34곳이나 된다.
사건의 발단은 코로나19였다. 코로나19로 많은 기업이 급격하게 부실해지면서 각국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금융기관 신용공여 만기를 연장해주는 등 부도 위기를 막기 위한 금융지원에 나섰다. 결국 정부 지원으로 부실기업이 청산을 미룬 꼴이 됐다.
최근 코로나19는 서서히 끝나가고 있지만 금융지원을 3년째 지속하면서 억눌려왔던 부실이 한꺼번에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에선 대출 만기 연장을 2025년 9월, 상환유예 조치는 올해 9월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했지만, 이 같은 금융지원이 종료되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한 구조조정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우려는 점차 현실화 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계기업 비중은 2020년 15.3%에서 2022년 18.6%로 대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계기업이란 영업 활동으로 번 돈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상황이 3년 이상 계속되는 기업으로,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을 이자 비용으로 나눈 값)이 3년 연속 1 미만인 기업을 뜻한다. 즉 영업 활동을 통해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이 5개 중 1개라는 것이다. 국내에선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꾸준히 증가 중이다.
국내 은행 부실 채권 비율도 2020년 1분기(0.78%) 이후 금융지원 조치 등으로 하락했지만, 지난해 12월 말 기준 0.40%로 2년 9개월 만에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 같은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자 코스피·코스닥 상장기업도 속속 M&A 매물로 나오고 있다.
최근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자동차 인수에 실패한 이후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하고, 회생계획 인가 전 M&A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유일 국적 해운사인 HMM도 매각에 나서고 있다. KDB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HMM 매각 주관사로 삼성증권을 선정했다.
이외에도 한샘, 오스템임플란트 등도 공개매수를 진행하는 등 기업 M&A 시장이 활기를 띠는 모습이다.
곽현주 딜로이트안진 그룹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이었던 지난 2년간 정부가 금융기관에 대해서 대출 만기 연장 정책을 펴다 보니 회생 M&A가 잠잠했다”면서 “그러나 이자보상배율을 보면 감독 당국 입장에서도 언제까지 억제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올해 하반기부터 자연스럽게 회생 M&A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