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사업자들에게서는 공통적으로 “기간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비싼 제작비와 수급비를 들인 국내외 오리지널 콘텐츠를 이용자에게 보다 빨리 선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자체등급분류제도는 OTT와 영등위 모두 그 필요성을 인정한 제도다. 그간 OTT 사업자는 영등위에 콘텐츠별로 개별 심의를 의뢰해 등급을 분류받아 왔는데, 업계는 이 과정에 평균 12일의 짧지 않은 시간이 소요돼 콘텐츠 공개가 지연된다고 주장해왔다. 영등위 입장에서도 OTT 사업자가 늘어나고 그에 따라 콘텐츠 양이 폭증하면서 제한된 내부 인력만으로 등급 분류 업무를 수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상황이었다.
OTT 사업자는 이날부터 ‘지정 사업자’ 자격을 얻기 위해 영등위에 신청서를 접수할 수 있다. 이후 영등위가 △자체등급분류 절차 운영계획 △사후관리 운영계획 △청소년 및 이용자 보호계획 등을 심사해 5월 중 자체등급분류 자격을 얻는 지정 사업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날 웨이브 김용배 커뮤니케이션전략 팀장은 “이용자 입장에서는 인기 콘텐츠를 빨리 접할 수 있고, 사업자 입장에서는 ‘기간 손실’ 없이 빠르게 서비스를 할 수 있어서 좋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제작비가 많이 드는 국내 오리지널 시리즈와 수급비가 높은 해외 유명 콘텐츠의 경우 “라인업을 다 갖춰 놓고도 영등위 심의 기간이 몇 주가 소요돼 바로 서비스를 못하는 일이 생겨 어려움이 많았다”는 것이다.
MBC에서 방영된 드라마 ‘검은태양’(2021)의 스핀오프인 ‘뫼비우스’를 웨이브가 독점 공개한 사례를 든 김 팀장은 “방송국과 협업하는 경우에는 관련 프로그램을 동시에 편성하지 않으면 시의성과 화제성이 떨어져 (이용자 유입 면에서) 손해를 볼 수 있었는데, 앞으로는 그런 방식의 협업도 좀 더 원활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넷플릭스 관계자 역시 이날 "자체등급분류 사업자로 지정받기 위해 신청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답변했다. 해외 각국에서 제작된 콘텐츠를 수급하는 넷플릭스 특성상 '전 세계 동시 공개' 콘텐츠가 많은데 국내에서만 등급 분류 심의로 수 주 가량 뒤늦게 선보이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웹 다큐 'F1, 본능의 질주' 시즌5, 애니메이션 '사이버펑크: 엣지러너' 등의 공개 지연 사례가 대표적이다.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청소년 관람불가(청불) 등급에 대한 판단 문제다. 더 짧은 기간 안에 더 많은 이용자에게 콘텐츠를 노출해 매출을 극대화하는 게 OTT의 사업의 속성인 만큼, 폭력성이나 선정성 수위가 높은 콘텐츠를 청불이 아닌 15세 관람가 등으로 낮춰 분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6일 영등위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2020~2022)간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OTT 콘텐츠는 1763편으로 전체의 21%를 차지할 만큼 적지 않았다. 그중 2/3에 해당하는 1145편은 국내 이용자 수가 가장 많은 넷플릭스가 스트리밍했다. OTT의 청불 등급 판단에 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같은 우려에 영등위 관계자는 “OTT는 등급 분류 영상에 대한 정보를 사후 5일 이내에 영등위에 통보하게 되어있다"면서 "그 내용과 실제 등급 분류가 일치하는지를 확인하는 실시간 모니터링 업무 담당자가 영등위 내부에 지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등급 분류에 대한 내부 문제의견이 있을 시 업체에 조정 권고를 내리고, 그에 따르지 않을 경우 영등위가 직권으로 등급을 재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지속적인) 불이행 시 다음 사업자 지정에 패널티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5월부터 지정 사업자 자격을 얻게 되는 OTT사업자는 조직 내부에 임원 및 담당부서 부장급 인사 1인을 의무적으로 등급분류책임자로 지정해야 한다. 영등위는 “제도를 처음 시행하는 단계인 만큼 OTT 사업자들이 안정적으로 제도를 운영할 수 있도록 등급분류책임담당자와 협의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