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야생 포유류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감염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국내에서는 감염사례가 나오지 않았지만 정부는 감염 실태 시범 조사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환경부 소속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이하 관리원)은 국내에 서식하는 야생포유류를 대상으로 약 1년 동안 AI 감염 실태 시범 조사를 한다고 28일 밝혔다.
관리원에 따르면 지난해 이후 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붉은여우, 잔점박이물범 등 육식성 야생포유류의 고병원성 AI 감염사례가 늘고 있다. 2021년 4종·5건에서 2022년 14종·111건으로 늘었고, 올해는 이달 20일 기준 16종, 63건이 보고됐다.
야생포유류의 고병원성 AI 감염은 육식성 야생포유류가 AI에 감염된 야생조류를 잡아먹는 과정에서 전파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국내 야생포유류에서 AI가 검출·보고된 사례는 없으나 최근 야생조류를 먹이로 하는 부엉이, 독수리 등 맹금류에서 고병원성 AI 감염이 확인돼 야생조류를 잡아먹는 육식성 야생포유류에 대한 선제적인 감시가 필요하다.
이에 관리원은 △너구리 △족제비 △오소리 △삵 △수달 △담비 등 육식성·잡식성 포유류 6종을 대상으로 조사 대상으로 선정, 시료를 확보해 AI 진단과 정밀검사를 실시한다.
우선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 2곳(광주센터, 전남센터)과 협업해 구조 과정 중 폐사한 야생포유류를 시범 조사하고, 야생포유류 AI 발생 상황에 따라 확대를 검토할 계획이다.
또 야생조류 예찰 지점에서 야생포유류 폐사체 유무를 살펴보고 주민 신고 등을 통해 발견된 야생포유류 폐사체를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으로 이송해 AI 감염 여부를 검사할 예정이다.
시범 조사를 통해 야생포유류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될 경우 유관기관에 신속히 정보를 공유, 방역 활동에 활용토록 하고, 발생지점 주변 역학조사 및 조사 대상 시료 확대 방안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
신동인 야생동물질병관리원장은 "국내에는 아직 발생사례가 없으나 야생동물 사체를 발견하면 즉시 해당 지자체와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에 신고해 AI 검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해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