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청약 단지들이 연타석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에서 집값 내림세가 이어질 때도, 부산 내 분양 아파트에는 꾸준히 수요자들이 몰리는 등 다른 지역보다 흥행세를 이어갔다. 부산 아파트 청약 흥행은 대구 등 다른 광역시보다 아파트 공급량은 적고, 오래된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많아 신축 아파트 수요가 높은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29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전날 1순위 청약을 진행한 대우건설 ‘해운대역 푸르지오 더원’은 총 251가구 모집에 1211명 몰려 평균 경쟁률 4.82대 1을 기록했다. 전용면적 74㎡형을 제외한 모든 평형은 1순위 모집에서 마감됐다.
같은 날 1순위 청약 접수한 두산건설 ‘두산위브더제니스 오션시티’ 역시 1878가구 모집에 967명이 청약통장을 던졌다. 수치로만 보면 평균 경쟁률 ‘1대 1’을 넘지 못했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 상황과 2000가구에 가까운 대규모 청약 가구 수를 고려하면 선방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또 전용 59㎡형과 전용 84A㎡형은 1순위에서 최고 2.7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준수한 성적표를 받았다.
부산의 청약 흥행은 지난해 전국 분양 시장이 잔뜩 움츠러들었을 때도 이어졌다. 지난해 9월과 12월 분양한 부산진구 ‘양정자이더샵SK뷰’와 수영구 ‘남천자이’는 각각 59대 1과 53.7대 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하반기 당시 서울에서 분양한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과 ‘장위자이 레디언트’는 모두 한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했다. 서울과 부산 간 부동산 시장 환경이 다른 점을 고려하더라도 부산의 신축 아파트 선호는 시장 침체기에도 이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다.
이런 현상은 부산의 노후화와 공급량 부족, 높은 아파트 선호도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날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국 아파트 중 ‘준공 30년 이상’ 구축은 총 약 136만 가구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광역시 기준으로는 서울이 약 33만 가구로 가장 많았고, 이어서 부산이 약 13만 가구로 2위를 차지했다.
특히 부산은 ‘준공 20년 이상~30년 미만’ 아파트 비중이 높았다. 이 기준에 해당하는 전국 아파트는 약 389만 가구로 부산에 약 29만 가구(7.5%)가 몰려있었다. 서울은 약 56만 가구로 전체의 15%에 해당했다. 반면 인천은 19만 가구 수준으로 4.8% 수준에 그쳤다. 분양 업계 관계자는 “주택 노후도가 높은 지역일수록 지역 내 갈아타기 수요가 많다”며 “부산은 구축 단지가 많지만, 신축 공급은 부족해 청약 경쟁률이 높은 것”이라고 했다.
공급량 부족도 신축 아파트 수요를 끌어 올렸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아파트실거래가’ 앱에 따르면 부산의 적정 공급량은 1만6577가구다. 하지만 앞으로 공급예정량은 올해 2만4249가구를 제외하면 내년도 1만3674가구, 2025년 7038가구로 대폭 줄어든다. 여기에 부산의 지역 주거 특성상 ‘자가 아파트’ 거주를 선호하는 문화도 청약 경쟁률을 높이고 있다. 2020년 부산시가 발행한 주거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아파트 자가 비중은 80.5%로 단독·다가구(67.2%)나 연립·다세대(67.3%)보다 더 높았다.
다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시장 침체가 계속되는 만큼 부산 안에서도 청약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인만 김인만 부동산연구소장은 “부산은 신축 공급량은 적지만 지역 내 수요는 많고 대구처럼 공급량이 폭증하지 않아 물량 조절도 잘됐다. 또 주변 경남지역 도시 수요도 몰린다”며 “다만 부산이라고 다 흥행한 것이 아니라 가격 경쟁력 있고 입지가 좋은 곳의 청약이 성공한 것이고, 이런 흐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