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 경쟁 등 경영환경 악화
인건비 아끼려 셀프로 전환
지난 1년간 전국 주유소가 200곳 가까이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유사들이 지난해 역대급 실적에 따른 횡재세 논란이 벌어진 것과 달리 대다수 일반 자영주유소는 과잉 경쟁과 낮은 영업이익률 등 빠듯한 마진 구조로 경영환경이 악화하면서 속속 폐업 결정을 내리고 있다.
30일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2022년 12월 기준 전국에서 1만988개 주유소가 영업 중이다. 이는 전년 동기(1만1186개)보다 198곳 감소한 것으로 월평균 16개의 주유소가 문을 닫은 셈이다. 전국 주유소 수는 2016년만 하더라도 1만2010개에 달했으나 매해 100~300곳 수준의 감소세를 보여 조만간 1만 개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국내 정유업계 1위인 SK에너지는 같은 기간 95곳이 줄었다. 주유소 수가 가장 많이 감소한 곳은 GS칼텍스로 107곳 감소했다. 현대오일뱅크도 37곳 줄었다. 반면 셀프주유소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강화한 에쓰오일(S-OIL)은 9곳 늘어 GS칼텍스를 따라잡았다. 정유사별로 △SK에너지 2890개 △현대오일뱅크 2363개 △에쓰오일 2154개 △GS칼텍스 2148개 순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주유소들의 실적이 급락하면서 문을 닫거나 셀프주유소로 전환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며 “전기차 등 친환경 에너지 확대로 주요 정유사들이 주유소 확장을 주저하는 것도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국책 연구 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40년까지 사라질 주유소가 8000개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경우 미래에는 현재의 4분의 1 수준인 3000개의 주유소만 남게 된다. 연구원은 “전기차 보급의 확산으로 주유소의 미래가 어둡다”고 분석했다.
날이 갈수록 커지는 임대료와 인건비도 부담이다. 전국 주유소의 판매 마진율은 평균 5~6% 수준이지만 카드 수수료와 각종 세금을 떼면 주유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의 영업이익률은 1% 미만으로 추산된다.
이에 반해 주유소에 기름을 공급하는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는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다. 이들 정유 4사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186조2654억 원, 12조7782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70.4%, 112.5% 늘었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4월부터 러시아 제재 본격 적용과 중국 내수회복 대응한 수출 감소 등으로 재고가 소진되면 정제 마진이 반등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