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원장이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한국을 외국인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조치들을 분명히 취할 것”이라고 말한 건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는 내년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희망한다며 “기준치를 충족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2023년은 규제 완화를 위해 긴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증권업계는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해 공매도 재개에 적극적인데요. 개미들은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공매도 재개에 앞서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공매도’란 없는 것을 판다는 뜻입니다. 주식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투자자가 주식을 빌려 먼저 판 뒤, 주가가 하락하면 시장에서 해당 주식을 사서 갚아 차익을 내는 투자법이죠. 주가 하락 시 이익이 나기 때문에 특정 주식에 공매도가 몰리면 주식이 순식간에 폭락합니다. 이처럼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확대하는 특성 때문에 각국은 공매도를 규제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증시가 요동칠 때면 공매도를 금지해왔습니다. 앞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는 10월 1일 8개월간 모든 종류 공매도를 금지했고, 2011년 유럽발 재정위기가 발발했을 때도 8월 10일부터 3개월간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죠. 그 사이 2008년부터 2013년 사이에는 공매도가 집중됐던 금융주 대상 공매도를 부분적으로 제한했습니다.
최근에는 코로나19가 공매도 금지 사태를 불러왔습니다. 팬데믹으로 글로벌 증시가 20% 폭락하는 등 주식시장이 출렁이자 2020년 3월 16일부터 코스피·코스닥·코넥스 시장 전체 상장종목에 대해 공매도 금지했죠. 당시 발표에서는 6개월로 금지 기한을 정했지만, 반발 여론이 강하게 일어 금지를 연장했습니다. 다만 2021년 5월 3일부터는 코스피200·코스닥150 지수 구성 종목 가운데 시가총액 상위 종목인 대형주 350개 종목을 대상으로 공매도를 재개해 공매도 찬반 입장 양측의 의견을 나름대로 반영하는 타협안을 제시하고자 했습니다.
공매도는 엄연한 투자기법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개인 투자자들은 공매도 재개에 큰 반감을 보입니다. 개미들은 현 공매도 체계가 개인 투자자에 반해 외국인과 기관에 유리하게 조성돼 있다고 말합니다. 외국인·기관에 비해 개인의 투자 접근성이 낮고, 개인의 주식 빌릴 때 담보 비율은 120%로 외국인·기관이 부담하는 105%보다 높죠. 개인은 공매도 과정에서 빌린 주식을 90일 이내 상환해야 하지만, 외국인·기관은 사실상 대차기간에 제한이 없습니다. 개인도 빌린 주식의 차입 기간을 90일 이상으로 늘릴 수 있지만, 만기일에 개인 대주 물량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만기연장이 불가능할 수도 있죠. 정부는 개인과 기관 사이 신용도의 차이로 이러한 차별을 두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감시가 미비하다는 점도 공매도의 맹점으로 지적됩니다. 무차입 공매도는 주식을 빌리지 않고 계좌에 주식이 없는 상태에서 매도부터 하고 나중에 되사는 방식입니다. 주식을 매수했더라도 결제는 그로부터 며칠 후 이뤄지는 주식 시스템 특징을 이용한 것인데요. 우리나라에서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상 불법입니다.
물론 모든 개인 투자자들이 공매도 완전 금지를 주장하는 건 아닙니다. 지속해서 공매도 관련 목소리를 내온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외국과의 관계 등을 고려했을 때 없애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제도를) 존치하되 국민 투자자들의 피해를 줄이는 쪽으로 공매도 개혁을 원한다”고 말합니다. 그는 “개인에게 불리한 환경을 공정하게 달라는 것”이라며 “공매도 상환 기간을 정해서 강제 상환이 되도록 제도화하고, 상환 후에는 1개월간 재공매도가 불가하게 단서조항을 달거나 상환 후 재공매도에 일정 기간 금지해야 한다”고 요구했는데요.
정부도 2021년 4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통해 공매도 규제 위반 행위자에 대해 과징금, 벌금 부과, 징역 등 형사 처벌이 가능하게 하며 나름의 대책을 내세웠지만, 기울어진 운동장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개미들의 입장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조금 더 공매도에 우호적입니다. 공매도가 주가 과열을 막는 순기능도 있다고 설명하는데요. 주가가 과도하게 상승할 경우 공매도가 매도 물량이 쏟아지게 만들어 주가가 적정가를 유지하도록 돕기 때문입니다. 이에 많은 국가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실제로 팬데믹 여파를 우려해 공매도를 금지했던 12개국 가운데 10개 국가가 2020년 말까지 공매도를 다시 허용했죠
전문가들은 공매도를 금지하더라도 주가 하락을 막을 순 없다고 얘기하기도 합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2008년 공매도 금지 후에도 코스피 주가 낙폭이 30% 이상이었으며, 2011년에도 8.5%가량 폭락했다는 점을 지적하죠.
지난해 7월 금융위원회가 대검찰청,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과 함께 ‘불법 공매도 근절 대책’을 내놓고 최근에는 정부가 공매도 제한 위반 증권사 등을 엄격히 처벌하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이에 금융 당국이 공매도 시장 정상화를 위한 강력한 처벌 의지를 보였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금융위원회는 2월 9일 무차입 공매도 금지 위반으로 제재받은 증권사 5곳의 법인명을 공개하고 3월 8일에는 공매도 규제를 위반한 외국계 금융투자회사 2곳에 총 60억5000만 원 규모의 과징금을 처음으로 부과하는 등 제재 강화에 나서고 있죠.
그럼에도 개인 투자자들은 여전히 외국인과 기관에 유리한 현 시장 구조를 바꾸기에는 부족하다고 말합니다. 최근 정부 정책에 대해 정 대표는 “과거보다 진일보했다고 본다. (증권사 5곳 명단 공개는) 증권사 명성에 훼손이 가거나 하기 때문에 증권사로서도 조심하게 된다”면서도 “증권사가 공매도 주체가 아닐 확률이 더 높다”며 “별개 공매도 주체를 완전히 공개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얘기했습니다.
이어 “실효성 있는 근본 대책이란 공매도에서 일방적으로 수익을 얻는 주체들의 허들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공매도로 인한 국민 피해를 말하며 “(공매도로 인한) 개인 투자자 피해 관련 실태조사가 있어야 한다“고 얘기하기도 했는데요. 정부가 공매도 재개에 앞서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를 충분히 고려하는 사전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