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경로 예상대로 둔화 추세
부동산PF 익스포저 등 금융리스크 살펴야
자영업 대출 1000조 원 넘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지난 2월에 이어 연 3.50%로 동결할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지난달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가 10개월 만에 4%대로 내려온 데다, 소비자들의 향후 1년 물가 전망을 보여주는 기대인플레이션도 석달 만에 하락 전환하는 등 물가 경로가 한은의 예상대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발 은행 위기 사태로 금융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도 금리 인상보다는 동결에 무게가 기운다.
3일 한은에 따르면 오는 11일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앞서 2월 23일 금통위에선 연 3.50%인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결정하며 일곱 차례 기준금리 연속 인상을 멈췄다.
당시 이창용 한은 총재는 동결 배경에 대해 “3월 이후 물가 상승률 둔화 전제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미 2월 소비자물가부터 상승률 둔화가 시작됐다.
통계청이 4일 발표하는 3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더 둔화할 전망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대 초반 또는 중반 선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이창용 총재 역시 “3월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하면서 상당폭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금융안정 측면에서도 금리 동결 관측이 우세하다. 추가 금리 인상이 이어질 경우 취약한 저축은행이나 카드사 등에서부터 유동성 부족이 나타나 은행 등 전체 금융기관을 흔들 가능성이 있다.
집을 포함해 전 재산을 다 팔아도 빚을 갚지 못하는 고위험가구도 최근 1년 새 두 배 늘었다. 100명 중 5명 꼴인데, 앞으로 금리가 더 올라가면 심각한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 이후 계속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대출(사업자대출+가계대출)도 1000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됐다.
한은이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자영업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현재 자영업자의 대출은 1천19조800억 원으로 추산됐다. 더구나 자영업 대출자 10명 가운데 6명은 3개(기관·상품) 이상의 대출로 자금을 끌어 써 금리 인상기에 가장 위험한 '다중채무자'였고, 이들의 연이자 부담액은 이미 1년 반 사이 평균 1000만 원 가까이 불어난 상태로 짐작된다.
더불어 최근 우리나라 경제의 가장 큰 위험 요소로 꼽히는 2금융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사상 최대 수준에 이른 점도 우려스럽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현재 보험·증권·여신전문금융사(카드사·캐피탈사)·저축은행·상호금융 등 비은행권(2금융권) 금융사의 부동산PF 익스포저 규모는 115조5000억 원에 이른다. 업권별로 보면 여전사의 경우 5년 전보다 익스포저가 무려 4배 이상 급증했다.
한은 관계자는 "4배 이상 늘어난 여전사뿐 아니라 거의 모든 2금융권의 익스포저가 현재 사상 최대 수준이라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부동산 관련 업종 대출의 연체가 늘고 있는 가운데 주택가격의 급격한 조정이 가세하는 경우 신용리스크가 확대되면서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질 가능성도 있어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올해 기준금리 결정은 외부요인보다 국내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금통위원들이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 추이와 금융안정을 최우선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실리콘밸리뱅크(SVB) 파산 사태 등으로 인해 연준의 긴축 재가속화 옵션이 제거되면서 한은으로서도 추가 인상의 명분이 사라졌다"며 "2분기 물가 상승률 안정화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 4월 금통위는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