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비 거짓 연기로 약 처방 받자…브로커 “굿, 軍 면제”

입력 2023-04-04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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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뇌전증을 앓는 것처럼 꾸며 병역 의무를 회피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래퍼 라비(30·본명 김원식)와 소속사가 의사 소견에 반해 약을 처방해달라고 요구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에 병역 브로커 구모(47·구속기소) 씨는 “굿, 군 면제다”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전해진다.

3일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라비와 소속사 그루블린의 김모(37) 공동대표, 나플라(31·본명 최석배) 등의 공소장에 따르면 라비는 2012년 첫 병역 신체검사에서 기관지 천식으로 3급 현역 판정을 받고 병역을 지속해서 미뤘다. 그는 이후 2019년 재검에서 4급 판정을 받았다. 라비는 2021년 2월 마지막으로 병역 이행을 연기하겠다는 서류를 제출했다.

이후 소속사 그루블린의 김 대표는 구 씨에게 소속 가수인 라비와 나플라의 병역 의무 회피 방안을 면담했다.

구 씨는 라비에게 허위 뇌전증을 연기해 복무 부적합을 판정받고, 그를 통해 조기 소집해제를 노릴 것을 제안했다. 김 대표와 라비는 이를 받아들여 구 씨로부터 전달받은 ‘허위 뇌전증 진단 시나리오’를 충실히 이행했다.

라비는 실신을 연기하고 119에 신고해 입원 치료 대신 신경과 외래진료를 요구했다. 외래진료에서는 의사에게 ‘1년에 2∼3번 정도 나도 모르게 기절할 때가 있다’는 등 거짓 증상을 얘기했다.

그러나 라비는 뇌파 및 MRI 검사 이후 담당 의사에게서 ‘검사 결과 특별한 이상 증상이 확인되지 않아 별다른 치료나 약이 필요치 않다’는 진단을 받았다.

당황한 김 대표는 구 씨에게 연락했다. 구 씨는 “약 처방 해달라고 하라. 만약 또 그러면 멘탈 나가고 음악 생활도 끝이다. 아니면 진료의뢰서 끊어달라고 하라”는 지시를 받고 그대로 이행해 약물치료 의견을 받아냈다.

라비는 이후 약을 추가 처방받아 뇌전증이 의심된다는 병무용 진단서를 발급받았다. 그는 해당 진단서를 통해 2021년 6월 병무청에 병역처분변경을 신청했다. 김 대표에게 이러한 내용을 전달받은 구 씨는 “굿, 군대 면제다”라고 답했다.

라비는 정밀 신체검사 전날 저녁과 당일 아침 뇌전증 약을 복용해 소변 검사에서 적절한 약물 농도가 검출되도록 하는 등 철저히 대비하기도 했다.

지난해 라비는 5월 병무청에서 5급 군 면제 처분을 받았다. 다만 두 달 뒤 약물 처방 기간 산출에 오류가 있었다는 병무청 판단에 따라 같은 해 9월 4급으로 재판정됐다. 한 달 뒤인 10월에는 사회 복무요원으로 입대했다.

검찰은 지난달 31일 라비와 김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우울증 악화를 가장해 사회복무요원 분할 복무를 신청한 나플라와 그의 범행을 도운 서초구청·병무청 공무원은 구속기소됐다. 병역 면탈 브로커 구 씨는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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